그 100일의 기록 1

3주기

by 포근한 바람

그를 떠나보낸 지, 7년이 되었다. 많은 것이 잊혔고 많은 기억이 여전하다.

그제, 그의 일흔일곱 번째 생일이 지났다.

일흔 번째 생일을 지나고 시름시름하던 그의 병세가 갑자기 심해졌다.

병원에 입원하고, 한 달여만에 병명을 알아내고 치료를 시작한다는 그 날 그는 옛사람이 되어버렸다.

이 글은 그로부터 3년이 지난 때, 그의 세 번째 기일을 맞기 100일 전부터 매일 조금씩 그를 떠올리며 적었던 기록이다.

나의 엄마, 많은 모녀가 그렇듯이 나와 그도 애증의 관계였고, 다행히 그가 떠나기 전에 어느 정도 마음의 화해를 할 수 있었고, 그래서 그 상실을 상실로만 겪을 수 있었다.

그 시기의 기록을 매일 이 공간에 옮겨 놓으며 다시 그를 떠올리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그 100일의 기록 1


아무 연고도 없는 돌투성이 땅을 오랜 시간 동안 많은 노력을 들여 완전히 탈바꿔 놓은 후에 그 땅에 집을 짓고 나무를 심고 꽃을 가꾸어 낼만큼 뚝심 있었던 그는 해만 지면 새집의 문 밖으로 나가지 못할 만큼 겁이 많기도 했다.


낮 동안 몰려왔다 쓸려가던 구름이 완전히 사라진 하늘에 별들이 화사히 빛나는 밤.

그가 무서워하던 현관 밖 어둠 속으로 들어가 오래 하늘과 별을 바라본다.

선선히 부는 바람과 반짝이는 별들 사이에서 유성 하나가 휘익 지나가고.


가장 먼저 떠오른 소원의 주인공은 어쩔 수 없이 딸냄.

그가 만든 공간에서 딸을 떠올리며 그 둘 사이의 시간에 서있는 나의 존재가 확연하다.


곧 주인공 없는 생일이 다가오고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3주기.

사는 동안 그가 했던 말들을 떠올리며 그의 공간에서 그의 뜻을 따라보려 애써본 시간 3년.

그 시간이 지나면 어떤 마음으로 다시 여기에 서게 될까.


이 땅에서 가장 좋아하는, 순해서 부드러운 바람 속을 찬찬히 거닌다.

그가 뿌리고 그가 옮겨 심은 화초에서 떨어진 씨앗들이 해마다 무성히 자라나는 동안 그는 없고, 그를 기억하는 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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