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100일의 기록 4

by 포근한 바람

겁 많은 사람

내가 그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 중 하나다. 일상에서 그가 무얼 그렇게 무서워하는 걸 직접 본 기억이 별로 없는데 그는 나한테 겁 많은 사람으로 남아있다. 무서워하는 모습은 많이 보여준 적 없는 그가 무섭다 말하곤 했던 것은 무엇보다 밤이었다. 그리고 숲이나 산 같은 데 혼자 남아있는 것.


남자 없이 여자만 사는 집에서 농사를 지으려니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밭에 각각 혼자서 가야 했는데 그때마다 산 속에 있던 밭 일이 자신의 몫이 될까 무섭고 싫었다고. 이 일은 이모들도 마찬가지로 싫어해서 매번 누가 그 밭에 갈 거냐고 미루느라 다투었댔지. 그래서 외할머니한테 혼난 후에야 울며울며 마지못해 호미 들고 가서 일을 하다가도 새가 푸드덕거리고 꿩이 컹컹거리기라도 한다 싶으면 엄마야! 소리를 지르며 도망가곤 했다지.


다른 자매들은 안 그런데 그만 유독 무서워했던 것은 해진 후의 집 밖이었다 한다. 이모들은 동무들 집에 놀러가 늦은 밤까지 놀다 오곤 했다는데 그는 해만 떨어지면 장지문 바깥으로 나갈 생각이 안 들더라고. 친구들 여럿이 바깥에서 같이 놀자고 아무리 불러도 밤마실은 무서워서 다니지 못했단 얘기를 여러 차례 하곤 했다.


같은 환경이라도 그 아이가 어떤 상태일 때 그 일이 벌어졌는가가 타고 난 기질과 겹쳐서 각각 다른 영향을 미치곤 한다. 그는 기질적으로 걱정과 두려움을 다른 자매들보다 많이 갖고 태어난 듯한데 거기에 더해 어느 시점엔가 기억에 똑똑히 새겨졌다는 그 말이 그를 해만 지면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 게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그의 기억에는 아마 거의 없었을 외할아버지의 부재. 그 부재에 대해 마을 사람들이 무심히든 놀리려는 심보로든 여러 차례 했다는 그 말.

"네 엄마 잘 지켜라. 남편이 없으니 너희를 두고 언제 도망갈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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