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게 말입니다
18:00 향파관 4층 404호실.
비가 내리는 퇴근길이었다. 서둘러 회사를 나왔다. 한 달 다닌 회사에 사직서 내고 나오는 길이었다. 대신동에서 영주동 넘어오는 부산터널이 초입에서부터 막히기 시작했다.
아내와 함께 입학한 대학원이다.
가을학기 개강 첫 수업이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보다더 일찌감치 나왔어야 했는데..’ 후회가 막 나왔다. 하기는 회사생활이 어디 그런가? 그나마 오늘로 끝내기를 잘한 일이다.
수업에 20여 분 늦었다. 뒷문에 기대어 놓은 우산들이 잔뜩이다. 신발 벗고 들어가는 강의실이다. 들어가 보니 아내가 맨 뒷줄에 앉아 있다. 가볍게 시선을 맞췄다. ‘여보! 일찍 온다더니 왜 늦었어요?’ 물어보는 듯한 눈빛이다. ‘나중에 얘기합시다.’ 눈빛으로 대답했다.
빈 자리가 없다. 맨 앞줄과 그 바로 뒷줄 정도가 비어 있었다. 강의 중이신 P 교수님께 ‘죄송합니다~’ 눈인사를 드리면서 발뒤꿈치를 들고 빈자리에 가 앉았다. 아고고.. 강의실 맨 앞줄 가운데였다. 헐빈한 뒤통수가 따가웠다.
첫 시간이라 교수님은 아이스브레이킹 위주로 이끄셨다. '과목 소개와 향후 어떻게 할 것인지 소개하는 것이구나..' 이해했다. 조용히 자리에 앉아서 귀 기울였지만, 교수님 말씀은 들어 오지 않았다.
성격심리학이다. Pesonality Psychology라는 단어만 노트에 끄적였다. ‘참.. 내가 또 이런거 하려고 입학했나..’하는 생각에 자책감이 들었다. 조용히 노트를 덮었다.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함께해요 박*아.’ 교수님께서는 토론조를 편성해 두셨다. 나는 2조에 편성이 되었다. 김*은(박2), 이*현(박2), 엄*준(박4), 박*은(??), 서*영(박1), 황*혜(석3), 경*미(석2) 선생님과 책상을 돌려 마주했다.
자기소개를 간단히 마쳤다. 조별 과제를 함께했다.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대학원 과정을 시작한 나다. 처음 보는 분들에게 “제가 이래요~”라 말한다는 건 상상한 적 없던 일이었다. 떠오르는 얘기를 노트에 그냥 적었다. '움직이자. 더이상 주저하지 말자.' 속으로 되뇌었다. 잃을 게 전혀 없었으면서도 말이다.
군생활이라는 두터운 울타리를 빠져 나와 나서는 길이다.
생전 처음 뵌 선생님들이 자기 얘기를 서슴없이? 꺼냈다.
내가 나를 안다고 할 입장이 아니지만.. 의견은 내야했다. 어찌되었건, 내면이 던진 질문에 응답하고자 대학원 과정에 들어온 것은 분명한 사실 아닌가.
행동한 만큼만 살아지는 게 삶이다. 공상(空想)은 끝났다. 출발이다.@
#사랑하는만큼성공미워하는만큼실패 #부경대학원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