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었다.

7. 무엇이 산후우울감을 심해지게 했나요?

by 노력하는 행아

나의 산후우울감을 심화시킨 근본적인 원인은 아기와 육아에 대한 불안감이었던 것 같다. '아기가 아프기라도 하면 어쩌지. 내가 못해서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지.' 이런 생각에 저하된 체력이 더해져 점점 구렁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뱃속에서 마음 한 번 졸이게 한 적 없던 아기라 크게 걱정하지 않았는데 태어난 후에는 심장이 철렁하는 일들이 꽤나 있었다. 분만병원에서 퇴원할 때 소아과 회진 결과를 알려주는데 내 예상보다 훨씬 많은 것들이 있었다.


"양쪽 머리에 두혈종이 있고, 뒷목에 연어반점이 있으며, 약한 설소대 단축증이 보이고, 오른쪽 귀가 말려 있고, 고관절 과신전이 의심된다."


몸무게나 청력검사 결과 정도만 듣고 아기를 인계해서 나오는 줄 알았던 나는 깜짝 놀라서 휴대폰을 꺼내 하나하나 적었다. 생소한 병명들이 많아서 어떤 걸 신경써야 하는지도 분간이 가지 않았다. 크든 작든 아기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에 심장이 졸아들었다.

그래도 두혈종과 연어반점은 점차 줄어들 것이고, 설소대도 완전 짧아서 당장 수술을 요하는 상황이 아니었다. 오른쪽 귀의 경우 근시일 내에 교정을 하면 원래 모습을 되찾을 가능성이 높고, 고관절 과신전의 경우는 나중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소견이었다.

그런데 조리원 퇴소를 앞두고 받은 전화의 내용은 좀 더 심각했다. 아기가 받은 지스캐닝이라는 스크리닝 검사 결과였는데 윌슨병 보인자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니 상급 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받아보라는 것이었다.

나는 윌슨병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 말뿐이었다.


"선생님, 저희 아기가 그러면 해당 병에 걸려서 아플 수도 있다는 건가요?"


돌아온 답변은 '그렇다.'였고 나는 답변을 듣자마자 수화기를 든 채로 엉엉 울어버렸다. 당황한 간호사 선생님이 되려 당장은 보인자 1개가 있다는 것이고 발현이 안 될 수도 있으니 울지 말라고 위로해주신 기억이 난다.

윌슨병 때문에 방문한 상급 병원에서는 당장은 아기가 모유나 분유만 먹어서 구리 배출이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이유식을 시작하는 6개월 즈음에 다시 내원할 것을 권했다. 좀 안도하려는 차에 아기 몸을 이리저리 살피던 교수님께서 딤플을 확인해야 할 수도 있으니 영유아검진에서 얘기를 들으면 바로 내원하라고 얘기하셨다. 세상에 윌슨병을 해결하러 갔다가 딤플이라니!

우리 아기는 이렇게 확인해야 하는 요소들이 계속 생겨났다. BCG 접종을 하러 갔다가 심잡음 얘기를 듣고 심장 전문의를 만나 초음파를 봐야 했고, 2개월 접종을 하러 갔다가 고관절 이형성증의 의심된다는 얘기를 듣고 정형외과 전문의를 만나 엑스레이를 찍어야 했다.

당시 나는 경기도에 있는 친정에 머무르는 중이었는데 1시간이 넘는 3차 병원으로 핏덩이를 데리고 왔다 갔다 하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아기와의 외출은 왜 이렇게 챙길 게 많은 건지...게다가 아기용 카시트에 태워도 한참 공간이 남는 작은 아기를 볼 때마다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게 다 내 잘못인 것 같았다.

몇 개월 동안 이렇게 마음을 졸이며 서울을 오간 결과 스크리닝에서 걸린 항목 대부분이 성장과 함께 호전될 것이라는 결과를 들었다. 그때는 복합적으로 너무 힘들었지만 다 지나고 나니 확실하게 확인하고 넘어와서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우리 부모님이 나를 키우느라 얼마나 노심초사하셨을지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앞으로 또 언제 어떻게 문제가 닥칠지 모르지만 이렇게 조금씩 단련되었으니 다음엔 더 잘 대응하지 않을까 싶다.


덧.

우리 아기와 비슷한 진단을 받아 놀란 초보 엄마, 아빠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해 몇 자 더 적어봅니다.

말린 귀는 접힌 귀와 다르게 자연적으로 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모든 소아과 전문의가 그 부분을 유심히 살피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제가 분만한 병원에서는 교정에 대한 안내를 해주셨고 저희 부부는 진료의뢰서를 받아 강남 세브란스 성형외과를 방문해 2주 동안 아기 귀 교정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 결과 말려있던 귀가 잘 펴져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이건 아기 뼈가 단단해지기 전에 해야 해서 출산 후 2주가 골든타임이라고 합니다.

윌슨병은 간단히 말해 구리 배출에 문제가 있어서 간이 안 좋아지는 병이더군요. 보인자 2개가 있으면 발병을 하는디 저희 아기는 스크리닝에서 1개 보인자가 발견되었습니다. 다만 스크리닝은 100프로 정확도가 아니라서 이것 외에 다른 보인자가 없는지 유전자 검사를 하는 게 제일 정확하다고 합니다. 게다가 보인자 1개가 있는 경우도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드물지만 있다고 하네요. 이와 관련해 처음 내원한 강동 경희대 병원에서는 위에 적은 것처럼 이유식 시기에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진행해보자고 하셨고, 이후 내원한 삼성서울병원에서는 당장은 아기가 음식 섭취가 많지 않아서 3, 4살쯤 유관 증상이 있을 때 확인하자고 하셨습니다. 저희는 후자를 택하려고 합니다.

심잡음의 경우 강남 세브란스에서 초음파를 봤는데 2개월 당시 심방에 작은 구멍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아직 조직이 다 닫히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 성장과 동시에 괜찮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하더군요. 그래도 확인을 위해 아기 돌쯤 다시 내원해 초음파를 보기로 했습니다.

고관절이형성증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제일 안 좋은 경우인 탈구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뼈가 완만한 곡선을 이뤄야 하는데 사선이더라구요. 이는 미성숙하기 때문이라 계속 예후를 보는 게 좋겠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2개월 후인 4개월에 내원하니 점차 성숙 중이기는 한데 아직도 좀 어린 편이어서 계속 지켜보자 하셔서 9월에 다시 내원할 예정입니다.

지금도 어디선가 마음을 졸이고 있을 초보 부모님들께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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