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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여희 Nov 08. 2024

오만 소하르에서 자동차 스마트키를 분실했습니다.

분실물은 또 다른 여행을 낳고 (1)

물건 뭐까지 잃어버려봤니. 그래서 어디까지 찾으러 가봤니. 대회가 있다면 TOP10 안에 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코 자랑이 아닌 이야기를 자랑처럼 꺼내봐야지. '분실'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많아서 따로 브런치북이라도 꾸려야 할 판. 가제는 '분실물을 찾습니다'로.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서 여행까지 하다 보니. 이제 집 안에서 뭔가 잃어버려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찾는 습관이 생겼다. 물건이 없어져 겪는 팝업 엑시던트에, 당황스러움을 느끼고 곤란함이라고 인지하는 빈도수가 줄었다는 거다.


(그럴 수도 있지. 찾으면 되지. 해결할 수 있지. 암암)


의도하지 않았는데 나도 모르게 벌어진 일 앞에, 잘해보려고 했는데도 생겨버린 틈 앞에서,

누군가를 탓하거나 흠을 잡으려 하는 일도 줄었다.


자신에게는 관대하면서 남에게 엄격한 사람은 적어도 아니란 거다. 누군가의 사소한 실수 앞에 우월한 위치를 선점하기라도 한 양, 무례하게 굴지 않는다.  

나에게 불편한, 실수는 간혹 할지언정 남에게 민폐는 끼치지 않으려 노력하는 버릇이 생겼다.


자, 이제 차키 찾으러 간다.



두바이에서 국경을 넘어, 오만 소도시 여행을 하기로 했다. 마땅한 내비게이션 하나 없이, 축적을 읽을 줄 모르는 까막눈으로 지도 한 장 들고 시작한 자동차 여행. 그런데 소도시 여행, 첫 소도시에서 자동차 스마트키를 잃어버렸다.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로 가기 전, 소하르라는 작은 도시에서 1박 쉬었다 가기로 한 거였는데... 뜻밖의 분실물로, 소하르는 온통 '차키 잃어버린 도시'로 기억에 남았다.



소하르의 작은 호텔이었지만 수영장, 당구장, 펍 등 부대시설이 갖춰져 있었는데... 그 부대시설을 뒤로 한채, 라운지 테이블에 앉은 게 화근이었다. 휴가 중에, 회사에 보낼 메일을 쓴답시고 자리를 꾸린 게 잘못이었다.


자동차 트렁크 한 귀퉁이 박아두었던 노트북과 서류 더미를 꺼내와 펼쳐놓고 메일을 쓰려니 마음이 다급한 와중... 주인 몰래 딴마음을 품은 차키가 눈치껏 테이블 아래로 떨어져, 어딘가로 살금살금 걸어가는 것도 못 본 모양이다. 차키는 다음날 오전, 우리가 체크아웃하는 시각까지 호텔 이곳저곳 마실 나가있는 중이었나 본데... 차키의 외출은, 짐을 싣으러 트렁크 앞에선 차 앞에서야 알아차렸다.



(대답 없는 너.
왜, 다가가도... 열리지를 아니 하니!)


차 앞에서 다급해진 손동작으로, 모든 짐들을 무참히 파헤쳐도 스마트키는 꼴을 비추지 않았다.


자동차 주변으로, 짐 무더기를 쏟아놓은 채 객실로 들어갔다. 한국인은 마지막까지 뒷모습까지도 깔끔해야 한다며, 처음에의 룸 컨디션만큼 정리해 놓았던 호텔룸을 헤짚다.



로비, 우리들의 발길이 닿았던 모든 곳을 더듬어가며

직원들에게 차 키의 행방을 묻기를 여러 번. 얼굴 새하얗게 질려 부산스럽게 호텔 구석구석까지 킁킁거리고 다니던 동양들 모습에, 호텔 내 오만 인들과 외국인 여행자들의 마음까지 바빠졌다.

저기, 차키 잃어버렸대요...!


당구대가 있는 룸을 지나갈 때면 포켓볼공이라도 들어주며 차키를 찾아보고. 식당 테이블에서는 엉덩이라도 들썩거리며 앉은자리까지 체크해 주던 인심들이었다. 하지만 작은 호텔을 들어, 탈탈 털어도 차 키를 내어주지 않아 다시금 주차장으로 나갔다.


우리의 기아차, 인근에 주차돼있던 BMW 차량 앞으로,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우리를 유심히 눈여겨보던

오마니 omani 남자 두 명이 다가왔다.


(앗살라 말리쿠움)


https://brunch.co.kr/@yoloyoll/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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