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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여희 Nov 13. 2024

결혼 10년, 매일 아침식사 루틴

아침 식사 단상 (1)

'학교 늦게 가는 일이 있어도 아침은 꼭 챙겨 먹어야 한다.' 어릴 적 엄마의 지론이었다. '밤잠은 좀 덜 자더라도, 공부는 해야 한다.', '놀이터에서 덜 놀더라도, 학원은 가야 한다.'90년대 그 시절에도 그렇게 강조하는 엄마들도 상당했으나... 우리 엄마는 공부보다 밥. 비단 아침밥뿐만 아니라 그저, 밥 앞에 보수적이었던 게 맞다. 엄마의 남다른 밥심 철학 때문에 난 "밥은 먹었니"로 인사하고 "밥은 챙겨 먹어야지"로 걱정하는 밥심 예찬론자가 되었다.



그랬던 탓에, 늦잠을 자 서두르는 한이 있더라도 입 안에서 아침밥을 오물거리는 걸 빠트리지 않았다. 고등학교 기숙사 생활로, '아침 대신 늦잠'이라는 선택지가 주어졌을 때도 난 식사 있는 아침을 택했고. 서울 고시원 단칸방 살림에도, 큰 업소용 밥솥에서 누렇게 마른밥을 퍼서라도 고시원 책상 위에 밑반찬을 깔았다. 두바이에서 한국으로 휴가 나오는 길엔 풍년 압력밥솥에, 김 등을 캐리어 한가득 챙겨가 한국인의 밥상을 고집했다. 그리고

결혼 10년 동안 아침밥을 안 준 적이 없다.
물론 내가 먹는 밥에,
더 신경을 썼을 뿐이지만.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의 직장에서 아침 식사를 둘러싼 이야기가 나왔다한다. 직장엔 밥보단 잠이 좋아 학창 시절부터 아침을 먹어본 적이 없다는 사람, 간단히 빵에, 우유 정도 먹는다는 사람들있었던 모양이었다. 내가 매일 아침식사를 챙겨준다는 것에 새삼스럽게 고마움이 일었던 모양인지 남편이

(저희 집에선 아침을 꼭 챙겨서 먹습니다.)

말했다 한다.


남편이 그 대화의 끝자락에서 들은 이야기는

와이프 분이, 전업주부라서 그렇다

라는 말이었다. 그 현장에 없었으니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아침 루틴을 둘러싼 이야기가 어떻게 '전업주부'로 끝맺음이 나는지 이상하다는 건 알 일이었다. '남편 아침을 매일 차려준다.'의 전제가 '전업주부'라기 때문에라는 것이 같이 근무하는 여자 동료, 워킹맘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는 게 그 대화의 킥이었.


"7첩 반상은 기본"… 임창정→변우민, 50대 '철부지' 남편의 시대착오적 자랑

어린 아내에게 사랑받는 남편임을 보이고 싶은 남편의 마음이었겠지만, 시대에 발맞추지 못한 자랑은 대중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 매일 아침 아내에게 받는 '7첩 반상'은 부러움을 자아내는 것이 아닌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불편함은 임창정(50)이 일명 '창정이 정식'으로 대중의 비난을 받음으로 입증됐다.


불과 2년 전, 어린 아내가 차려주는 7첩 반상에 대한 자랑이 시대착오적 자랑이라는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그 여자 동료의 생각으론 남편이 시대착오적 자랑을 했다고 생각한 걸까. 그래서 '전업주부'라서 가능한 일이다라는 또 다른 시대착오적인 논리를 성립시킨 걸까?


단지 밥심이 있어야, 하루 시작이 든든하다는 지론 아래 나 스스로 챙겨 먹었던 아침상에 더해, 빠짐없이 챙겨준 식사에_ 것도 여성 분에게서 '전업주부'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니... 이건 또 무슨 논리인 건가, 반감이 일었다.


아침밥이 뭐라고.


자기에게 맞는 생활 패턴에 맞게, 본인의 건강 컨디션에 맞게, 그저 아침에 챙겨 먹는 먹거리가 아침밥이 아니던가.


‘리추얼(Ritual)’의 어원인 라틴어 ‘Ritus’에서의

‘Ritus’란 ‘종교적 의례’를 뜻한다. ‘리추얼 라이프’란 일상에서 사람들이 마치 종교의식을 행하듯 반복하여 어떤 행동을 함으로써 삶에 활력을 더하는 것을 말

는데... 아침 루틴은 스스로의 활력을 위해 각자 결정하는 게 아니던가.


누군가에게는 갓 구운 베이글에, 크림치즈와 달콤한 과일잼을 얹어 모닝커피에 마시는 아침이 하루 시작의 견고한 의식일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깨이지 않은 몸에 억지로 뭔가를 집어넣는 음식물이 불편할 수도 있다. 누군가는 아내가 차려준 7첩 반상 아침밥을 사랑의 증표처럼 여길 수도 있고. 누군가는 남편의 취향을 존중하는 방편 삼아 아침부터 수고스러움을 선택할 수도 있을 테다. 그저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른 아침 식사 씬일 뿐.


아인슈타인은 아침 식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가 자주 먹었던 아침 식사는 계란, 꿀을 곁들인 빵, 과일 등이었다.

독일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는 새벽 5시에 일어났다. 한두 잔의 차를 마시고 담배를 피웠다. 그런 다음 강의 준비를 하고 글을 썼다.

투자자 워런 버핏은 매일 아침 6시 45분에 일어나 코카콜라를 마신다. 맥도날드에 들러 아침을 먹고 9시 30분에 회사에 도착한다.


그런데... 내 잘 챙겨 먹고 싶어서, 일하러 나가는 사람에게 아침 밥심으로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싶어서... 결혼 10년 빠트리지 않았던 빈틈없던 아침 식사 앞에 어느 날 컴플레인이 접수되었다!


틈이 있다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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