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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여희 Dec 11. 2020

애기동백

늦게 피는 꽃, 봄을 재촉하는 꽃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다는 말에,
친구란 이름의 누군가가 내게 말했다.

아이 둘 사이, 육아 전쟁터 속에서
한껏 스산해진 마음에
주절거려보던 경력단절녀, 육아맘의
넋두리였을 뿐이었는데

"넌 결혼 전에도,
네 일을 찾는 게 쉽지 않았지 않니?"

넋두리에 대한 대답치 곤
꽤 뼈 아픈 공격이 날아들었다.

나는 그때, 무슨 말을 했어야 했을까.







대답하지 못했다.

끊임없이 일이란 것을 하고 있긴 했지만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 지 나도 몰랐으니까.

하지만, 난 그 한 마디에
오랫동안 아팠다.

아픈 말들은
유독 귓 가에 맴돌고
머릿속에 자주 스치운다.

털어내버려야 할 말들은
유독 마음 속에 깊이 파고든다.






내가 그동안 흩뿌려놓았던 숱한 노력의 점들을
누군가에 의해 평가받은 느낌이었다.
그것도 형편없는 별점으로.

그 점들을 잇고 이어,
간신히 나만의 그림을 그리는 와중에
누군가, 짓밟아버리고 간 기분이었다.

그 그림이 작품이 될지도 모를 일인데
연습삼아 그리던 도화지를
멋대로 찢어버린 기분.

넌 이제껏 형편없는 그림을 그려왔잖니.
혹평하며.

유독 추운 겨울날
꽃망울을 빼꼼히 터트리며
황량함 가운데, 홀로 빛나는 꽃나무.

한 해의 끝자락에,
늦게 피지만
애기동백은 동백에 견줘 더 붉고
봉오리가 활짝 열린다. 

사람에 따라서
꽃 피우는 시기가 다른 것을

추운 날에 홀연히 피어
더 찬란할 수도 있는
그런 꽃일 수 있는 것을.

네 인생에서,
아직_꽃 피운 적이 한 번도 없지 않니
묻던 너에게
이제야 대답한다.

애기동백이
늦게 피는 꽃이 될 수도,

봄을 재촉하며
일찍 피는 꽃일 수도 있지 않겠니.

꽃을 피우지 않아도 괜찮다.
모두 저마다의 싹을, 잎을, 꽃을
터트리는 때가 올 테니.

하지만 아마 난 이 말을 전하지 못할 듯했다.

불필요한 인간관계가 주는 감정 소모로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할 필요는 없으므로.

친구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그런 인간관계는 가지치기가 답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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