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일기] 나는 진짜인가

2024년 2월13일

by 봄부신 날


[공황장애 일기] 나는 진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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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 약을 먹기 시작한 지 어느새 3개월 가까이 되어간다.
이제 일상생활에 거의 지장이 없을 만큼 좋아졌다고 느낀다.
물론 아침과 저녁에 약을 꼬박꼬박 챙겨 먹는다.

지난 번 병원에 갔을 때 의사선생님에게 약을 어떻게 끊을 수 있을지 물어보았다.
당장 끊기보다는 상태가 호전됨에 따라 약을 하나씩 빼고 약의 용량을 조금씩 줄여나가면서 최종적으로 완전히 끊을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아직은 오전이 여전히 부담스럽다.
가슴이 답답하다.
첫 걸음 떼는 것은 여전히 힘들다.

의사 선생님 말씀이,
걸을 때 가슴이 답답하고 가슴을 압박해오는 것은 진짜가 아니라 가짜라고 했다.

실제로는 호흡에 문제가 없는데, 뇌가 그런 불안 신호를 보내주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 압박에 겁을 먹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 가짜에 휘말리면 공황을 맞이하는 것이다.

나는 아침이나 오후에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려고 첫 걸음을 내디딜 때 엄청난 가슴 압박을 느낀다. 그러면 저절로 걸음이 느려질 수밖에 없다. 호흡을 시도하면서 천천히 천천히 걸어야 한다.

그러면 사실 그건 운동이 될 수 없다.
걷다 보면 내가 무얼 하고 있지? 하는 생각에 힘이 쫙 빠져 버린다.
저 앞 거리가 한없이 멀어 보이고 내가 걸어갈 수 없는 곳처럼 여겨진다.
나는 어지러움을 느끼면서 휘청거리고
그러다 심한 경우에는 죽을 것 같은 공포가 나를 덮치기도 한다.

그때 갑자기 이 압박이 진짜가 아니라 가짜라는 얘기가 생각났다.
이것은 메타버스 가상세계인 것이다.

압박은 가짜다.
가슴을 누르는 이 철판은 가짜다!
가짜!
가짜!!

나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소리쳤다.
이건 가짜야! 소리치며
갑자기 걸음을 빨리 하기 시작했다.

발에 힘을 넣고 입을 앙다물고
가짜를 깨부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그 압박이 사라졌다.

빛 한 줄기가 들어오면서
어둠이 순식간에 물러가듯

가짜 압박은
진짜의 외침 앞에서
거짓말처럼 물러갔다.

나는 그렇게 3천보를 걸었다.
4천보를 걸었고,
오늘은 5천보를 걸었다.

그러나 처음은 언제나 힘들다.
언제나 가짜 때문에 속는다.
하지만 이제는 진짜를 찾아낼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조금 더 건강해졌다.

남은 2월을 더 건강하게 잘 걷고
잘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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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겨울에 시든다.
잎이 마르고 생명을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잎들 사이에서 벌레들에게 자신을 내어준
흔적을 본다.

겉에서 보면 상처지만
벌레에게는 생명이었고
안에서 보면 그것은 영광이다.

진짜는 상처가 있다.
나는 진짜다.

나는 이제 저 다리를 건너갈 수 있다.
진짜 걸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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