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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봄날 시편

(시) 첫눈 2014.12.01

by 봄부신 날

오늘은 십 년 전 이맘 때 첫눈 올 때 썼던 시 한 편 더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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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올매나 아플꼬

올매나 추울꼬

찢기고 쫓기는 언 발은 또

어찌할꼬


순하고 여린 것들이

저 높고 높은 하늘에서

이 낮고 낮은 땅으로

떨어진다는 것이, 추락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헌 일인가


부끄러움 가릴 옷깃도

한숨 토해낼 가슴도 읎고

도와줄 하늘마저 등 돌린 아슴한 새벽


겨울보다 더 아프게 후려치는 매질에

정신은 아득해지고

울컥울컥 선혈로 스며드는 운명


땅을 뒤덮을 만한 저 하늘의 기막힌 사랑을

붉어진 저 땅은

단단해진 저 땅은

가슴 부둥켜 껴안기나 했을까

같이 목 놓아 울기나 했을까


어느새, 앞이 보이지 않는다



(2014.12.01 후조 이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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