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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오레곤 여행 3

2020년에 돌아보는 2008년 여행

by Blue 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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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는 아침에 눈을 뜨면 "지금 몇 시지?" 물어본 후 샤워하러 곧장 갔다. 여행 중에는 눈을 뜨면 지도를 먼저 본다. 아직 침대에 누운 채 지도를 보면서 갈 곳을 GPS에 입력해 놓는다. 집에서는 갈 곳이 이미 정해져 있지만 여행 중에는 갈 곳을 스스로 정해야 한다. 만일 일상적인 삶에서도 매일매일 갈 곳을 정해야 한다면 어떻까? 재미있을까, 아니면 또 하나의 스트레스가 될까? 나는 재미있을 것 같다. 직장을 다섯 개쯤 가지고 있다가 요일별로 각 직장을 찾아다니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그러다 요일을 착각해 다른 직장으로 가면? 빗나갔다.


어제 가려던 소프 레이크(soap lake)로 다시 가느냐, 아니면 시애틀 쪽으로 가느냐를 놓고 잠시 고민하다가 시애틀 쪽으로 방향을 잡기로 했다. 여행을 다니면서 여러 곳을 본다는 취지는 좋지만 어차피 모든 것을 볼 수는 없다. 그건 욕심이다. 포기할 건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시애틀로 가는 방향은 소프 레이크와 반대방향이다. 이제 도시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부터 이틀간 잘 곳은 이미 예약해 놓은 상태다.


호텔을 나와 서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지도에서 본 바로는 시애틀에 빨리 가려면 인터스테이트 하이웨이를 타면 된다. 하지만 큰길은 볼 것이 없고 우리는 빨리 갈 필요가 없는 여행객이다. 그래서 410번 도로를 선택했다.

그 길은 레이니어산을 거쳐가는 코스다. 그때는 이 정도로만 알았다. 하지만 나중에 그 길을 선택한 것을 정말 잘했다고 땅을 치고...? 아니 참 잘했을 때는 뭐 치는 것도 없고, 적당한 표현이 없네? 어쨌든... 410번 도로는 거의 2차선 도로다. 그것도 산으로 끝없이 올라가는 도로다. 양쪽에는 가도 가도 끝없이 전나무(Fir)가 펼쳐져있고 가끔씩 자연 그대로의 계곡이 등장한다.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자연의 품에 꼭 안긴 느낌! 45마일이나 50마일 정도로 그렇게 계속 운전해 산으로 올라갔다. 중간에 빠져나갈 수도 없다. 빠져나가려면 오던 길을 되짚어가는 길밖에 없다. 그렇게 네다섯 시간 운전하니 정상 부근에 온 듯했다.


곳곳에 눈이 보였다. 한여름에 쌓여있는 눈, 비가 오고, (겨울이었으면 이것은 당연히 눈이었을 것이다) 눈이 얼음처럼 곳곳에서 녹지도 않은 채 그대로 있었다. 신기했다. 잠시 내렸더니 무척 추웠다. 바람도 세다. 화장실에 가는데 덜덜덜 떨렸다. 이 모습을 셀폰으로 찍어 LA 섬머스쿨에 가있는 세라에게 보냈다. 세라는 1살 때부터 하와이에서 컸기 때문에 눈을 신기해했다. 나중에 세라에게서 전화가 왔다.

"Is it really, really, really s~n~o~w~?"

"맞아, 눈이야 눈"

세라는 진짜 엉~ 엉~ 울었다. 자기가 꼭 눈을 보고 싶은데 여기에 있지 못한 안타까움의 눈물이었다.

"다음에 한국에 가서 꼭 눈 보여줄게"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사진 괜히 보냈나....? 내려오는 길도 길었다. 토요일이어서인지 우리 반대편, 그러니까 시애틀 쪽에서 올라오는 차들이 꽤 많았다. 승용차, SUV, RV. 여기서는 이 RV가 많이 보인다. 하와이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RV가 여기서 많이 보이는 것은 이쪽 사람들이 RV에 모든 것을 싣고 떠나는 여행을 즐기기 때문이다. 저렇게 먹을 것과 잘 공간을 싣고 떠나면 돈이 거의 안 들겠다. 개스비만 빼고.


레이니어산을 내려오면서 위치를 보니 타코마에서 가까운 쪽이다. 들를까 하다가 나중에 일정에 있으므로 시애틀 쪽으로 향했다. 캠퍼스가 아름다운 "유덥"에 들렸다. UW(University of Washington)이다. 이걸 현지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는 거다. 유 더블류라고 해야 할 텐데 아무리 잘 들어봐도 유덥 또는 유떱으로 들린다. 토요일이라 썰렁할 줄 알았는데 캠퍼스를 둘러보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학생들도 있고 어른들도 있고. 보기에 이 학교에 오려는 예비학생이거나 이 학교에 오게 된 학생을 동반한 부모들인 것 같아 보였다. 때가 그럴 때였다. 보통 8월 말이나 9월 초부터 새 학년이 시작되니.


한국음식이 그리워졌다. GPS를 사용해 한국식당을 찾아봤더니 학교 앞에 몇 곳이 있었다. 그중 한 곳으로 들어가 순두부와 고등어구이를 시켰다. 장사가 잘 되느냐고 물었더니 주인아주머니는 한국 유학생들이 꽤 많아서 그럭저럭 된다고 했다. 늦은 점심을 마치고 스타벅스에서 커피도 한잔하고 (아 헷갈린다. 커피를 먼저 마시고 워싱턴주립대로 갔는지, 학교에 갔다가 나오면서 커피를 마셨는지. 하지만 이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다.) 어쨌든 커피를 마시긴 했다. 스타벅스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여행 중에 스타벅스를 만나면 참 반갑다. 워낙 익숙해서뿐만이 아니라 그곳에 가면 화장실이 있기 때문이다. 여행을 하면서 장시간 운전을 하다 보면 쉬하러 화장실 가고 싶을 때 마땅히 갈만한 곳을 의외로 찾기 힘들다. 그럴 때마다 나는 스타벅스를 찾는다. 화장실도 사용하고 커피도 한잔 마시고, 그렇게 잠시 쉬었다가 갈 수가 있다. 한 가지 문제는 커피를 마시면 또 조금 있다가 화장실에 가고 싶어 지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 그래도 주유소에 가서 화장실 어디 있느냐고 묻는 것보다 낫다. 맹숭맹숭하게 맥도널드에서 화장실 가는 것보다 훨씬 낫다. 슈퍼마켓 같은 곳에서는 화장실 찾기 정말 힘들다.


예약한 B&B를 찾느라 무척 어려움을 겪었다. 그곳은 시애틀에서 20분쯤 떨어진 woodinville이라는 곳에 있었다. GPS를 굳게 믿었기에 주소를 입력해 놓고 시키는 대로 갔다. 그런데 GPS가 "Arriving your destination on your left"라고 말했는데 전혀 B&B처럼 생기지 않은 집이 덩그러니 서있는 거였다. 간판도 없다. 그 집 마당까지 갔다가 "아닌데..." 하면서 차를 돌렸다. 이상하다. GPS가 뭔가 헷갈렸나? 다시 나왔다. 지도를 사용해 찾기로 했다. 번지도 무척 헷갈리게 되어 있다. 왔던 길 또 가고 마을을 빠져나갔다가 다시 들어가고... 그렇게 40분 정도 헤맸다. 그리고 도저히 찾기 어려워서 혹시 GPS가 이제 정신을 차렸나 해서 주소를 다시 입력하고 GPS의 명령대로 다시 운전을 했다. GPS는 우리를 다시 그곳으로 데려갔다. 아까 갔던 그 집 앞이다. 그런데 그 집 바로 옆에 또 한 집이 숨어 있었다. 아까는 숲에 가려서 집이 보이지 않았는데 자세히 보니 그 집으로 들어가는 드라이브웨이가 있었고 그곳에 조그맣게 B&B 간판이 있었다. 아~ GPS가 나를 얼마나 원망했을까. 다 데려다 놓으니 제탓을 하며 다른 곳으로 가버리니... 답답해 죽겠지만 말은 못 하지... 그렇게 예약했던 B&B에 찾아들었다.




세라는 95년 한국에서 태어났다. 만 1살 7개월이 되던 즈음 미국으로 왔다. 그 후에 몇 차례 한국을 방문하긴 했지만 대부분 아주 어릴 때 짧게 방문한 것이 전부다. 한국의 추운 겨울을 기억하지 못한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하와이에서 자랐기 때문에 눈을 구경하지 못했다. 그래서 눈을 신기해했다. 그때 캘리포니아로 섬머스쿨만 가지 않았더라면 워싱턴주에 갔을 때 세라를 데리고 갔을 테고 눈을 구경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세라가 그렇게 눈을 보고 싶어 하는 줄은 몰랐다.


그런데 반전이 생긴다. 대학을 보스턴으로 간 것이다. 학기가 시작되던 8월 말에 갔을 때는 몰랐지만 겨울이 되면서 엄청 많은 눈이 내린 거다. 그렇게 대학 1학년 때는 눈을 무척이나 즐긴 듯하다. 하지만 하와이에 적응되어 있던 몸이 미국 동부지역의 매서운 추위를 겪게 되면서 말로만 듣던 '추위'라는 것을 실감했을 것이다. 그와 동시에 하와이의 날씨가 얼마나 좋은 지도 비로소 깨달았을 것이다. 세라는 3년 전 대학을 졸업했다. 그리고 2020년 현재 보스턴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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