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 라이프와 내 삶의 상관관계
내가 미니멀 라이프에 관심 갖기 시작한 건 2016년 초.
약 30년을 맥시멀 라이프로 살아왔었고 자연스레 정리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예전에는 물건이 많아도 정리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정리할 수 없을 정도로 물건이 많아지면서 내 책상은 물건들이 가득 쌓여있었고, 정작 책상이 필요한 나는 다른 간이 테이블을 만들어 쫓겨나듯 생활한 적 있다. 물론 그 간이 테이블에도 물건이 쌓이고 쌓여 결국 이리저리 물건을 피해 다니며 방과 거실을 이동하는 그때 내 몸이 물건을 건드려 와르르 무너지면서 내 발등을 찍어 피가 났다.
이제 내 돈으로 샀던 내 물건들과 안녕해야 할 때가 그 날 찾아온 것이다.
사실 여행 떠날 때 가장 걱정되었던 부분은 캐리어가 터져나가는 건 아닐까?라는 고민이었다. 20일이라는 긴 여행을 하면서 특히 삿포로 날씨 특성상 내가 방문했던 초반에도 15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이 빈번했을 정도로 날씨 변화가 심했다. 가기 전에는 반팔을 입어도 더웠던 그런 ..!! 춥다고 난리난리쳤기에 부모님이 오셨을 때 두꺼운 옷들을 받았고 결국 그 날 이후로 한 번도 입지 못 했던 슬픈 사연 ㅜㅜ
화장품 샘플을 많이 받아왔고 이제 유효기간도 얼마 남지 않은 샘플들이 생기면서 여행 갈 때는 무조건 샘플로만 갖고 갔다. 다 쓰면 버릴 수 있었고 그 부피가 크지는 않았지만 버린다는 행위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혼자 에어비앤비에 있었기에 나름의 규칙을 정했다.
- 집밥 해 먹을 때는 음식물 남기지 않을 정도로만 양 조절하기
- 음료나 물은 매번 확인하고 냉장고에 남아있으면 구매하지 않기
(정말 중요! 물은 2L가 800원 정도 한다. 나는 물을 자주 마셔서 2L를 두 개 사기에는 남을 것 같아서 우선 하나 구매하고 차근차근 체크하면서 구입 여부를 결정했다. 결국 1통으로 끝냈다.)
- 에코백 늘 지참하며 비닐봉지 추가로 받아오기 않기
(일본은 비닐봉지를 아낌없이 주는 느낌이라 에코백에 넣을 수 있는 물품들은 최대한 넣으며 받지 않았다.)
- 젓가락, 숟가락 통은 미리 사놓은 걸로 대체
(이 역시 젓가락은 필수로 넣어줘서 늘 넣지 말라고 말을 해야 했지만 스스로 환경보호를 하는 느낌이 좋았다.)
- 손수건 갖고 가기
(혹시나 해서 가지고 갔는데 일본 화장실은 페이퍼 타월 대신 모두 바람으로 말리는 거라 사용하지 않았다.)
가끔은 귀찮을 때도 있지만 한국에서도 습관을 만들고 싶어서 최대한 규칙에 따르려고 노력했다.
에어비앤비 공간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업무 할 수 있는 테이블과 침실이 구분되어 있었다.
물론 원룸처럼 생긴 공간이지만 미닫이 문이 가운데 있어서 자연스럽게 업무와 취침 구분이 되었다는 것!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한 행동은 '암막커튼 열기'였다.
삿포로는 해가 일찍 떠서 새벽 5시만 되어도 환한 아침이다.
햇빛 샤워를 자연스럽게 하면서 몸을 반응시키는 일을 나름 루틴을 만들었다.
어느 정도 정신이 깨었으면 창문을 조금 연다. 미세먼지 없는 곳이어서 마음껏 열어도 좋았다.
환기를 시키면서 다시 침대에 눕지 않도록 스스로 방어했다.
이렇게 침대 정리는 습관으로 잡혀가는데 책상 정리가 어려웠다.
'내일 또 사용할 건데, 굳이?'라는 생각이 강했던 터라 습관 고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웠다.
에어비앤비에서 생활하면서 나름 거실 업무 할 때는 회사나 공유형 오피스에서 일하는 것처럼 생각했다.
물론 6시 정각이 아닌 9~10시에 일정을 마무리하는 날이 더 많았지만 컴퓨터, 바인더(플래너), 문구류 등을 의심 가득한 채로 싹 치워서 정리해 보았다.
시작과 끝을 정해주는 느낌이었다.
그 상태로 놔두면 내일 또 같은 기분 상태로 업무를 하겠지만 한 번 치우는 행동을 하면서 새로운 마음가짐이 생겼다.
아직 습관이 덜 되어서 잊어버리고 자는 경우도 있는데 그 매력을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내 나름대로 구매하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비슷한 물건을 구매하면 기존에 있던 물건을 버리기로 정했다.
이런 규칙을 갖고 있지 않으면 물건으로 폭발할 것 같았다.
여행이 아닌 생활로 19일을 살았기에 혹하는 충동소비는 거의 없었다.
왜냐하면 '이거 갖고 싶어!'라고 해도 '조금 더 생각해 보고 집에 갈 때 다시 와서 구매하자!'라고 스스로 타협했기 때문이다. 이 효과는 정말 대단했다. 그때는 온갖 필요한 이유를 다 만들었는데, 며칠 지나자마자 '나 뭐 사려고 그랬었지?'라며 잊어버리는 물건들이 많았다. 그리고 구매 체크리스트를 많이 활용했다. 핸드폰 어플로 필요한 물건을 쭉 정리하고 몇 군데 돌아다니면서 그 물건 가격을 각각 비교해서 적었다. 몇 분만 걸어가면 천 원 이상 저렴한 곳도 있었기에 체크리스트 과정은 꼭 필요했고 가계부에 도움 많이 되었다.
헤어롤을 구매하고 기존에 있던 불편한 헤어롤을 과감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일본에는 예쁜 미니 가위가 많은데 초반에는 이 가위가 너무 갖고 싶었다.
내 손에 쥐어지면 열심히 자를 것만 같았고.. 하지만 집에 돌아오고, 며칠을 내 생활 시뮬레이션을 그려봐도 평소 가위질은 잘하지 않았다. 그래서 예쁜 가위가 있었지만 내 손으로는 들어오지 못했다.
쇠자 역시 플래너 작성하면 필요할 것 같았는데, 집에도 여러 길이 종류 자가 포진해있는 그 모습을 보니 과감하게 접었다.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지만 아직도 어려운 미니멀 라이프
특히 여행에서는 필요 소비에 대한 나만의 규제가 많이 풀어져서 이럴 때일수록 나만의 규칙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낀다. 자칫 여행으로 인한 소비가 한국에서 실생활 소비로 이어질 수 있기에 늘 고민하면서 신경 쓸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내가 구매한 것에 만족할 수 있는 소비 생활도 가능하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무조건 아끼자는 말은 절대 아니다.
다만 한 번쯤은 내가 정말 필요한 소비를 하고 있는지,
아님 선 소비 후 합리화를 하는지는 곰곰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