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은 애초에 계획에 없던 도시였다. 프랑크푸르트 호텔방에 있다가 불현듯, 같은 분단의 경험이 있는 국가에 왔으니 그 상징인 베를린장벽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를린을 간다고 사전조사따윈 없었고, 베를린을 가는 목적이라곤 오직 하나베를린장벽을 보겠다는 생각 하나뿐이었다. 숙소도 일부러 베를린장벽과 가까운 곳으로 잡았다.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을 가로질렀던 베를린장벽은 사실 베를린 곳곳에 있다. 내가 간곳은 '베를린 장벽 공원'이다. 공원 외에도 베를린을 거닐다보면 곳곳에서 장벽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프랑크푸르트의 절제된 독일의 분위기에만 취했던 탓일까, 베를린에 도착하자마자 그 자유분방함에 놀랐다.
마침 주말이자 축제주간이었던지라 베를린 장벽 공원에는 젊은이들이 인산인해였다. 그리고 대망의 베를린장벽에는 그래피티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내가 생각한 장벽과는 너무도다른 이미지의 베를린 장벽
베를린 장벽은 수많은 그래피티로 덮혀있었다. 마침 그래피티를 하고 있던 남자 셋에게 말을 걸었고, 그들은 마치 '배틀'하듯 장벽에 그래피티를 한다고 했다. 한마디로 이사람이 그려놓고 가면 그 위에 또 덧씌워서 그래피티를 그려넣고, 또 그려넣고, 덧씌우고.
분단의 상징이자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걸고 넘어서던 그 장벽이 이젠 거의 장난거리로 전락해있었다. 어찌 생각하니 우습기도 했다.
보이는가 코리아 Korea
그래피티 남성 셋은 각자 브라질, 우크라이나, 칠레 출신으로 베를린에 와서 만났다고 했다. 내가 이것도 인연이니 코리아를 적어달라고하자 나에게 직접 적어보라고 스프레이를 내밀었다. 하지만 그래피티의 '그'자도 모르는 나는 괜히 못쓴 글자로 이들의 작품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러자 우크라이나 출신이 '별걸다 걱정한다'면서 대신 코리아를 멋지게 적어주었다.
옆의 문어는 왜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갑자기 용기가 나서 나도 스프레이를 빌렸다. 그리고 간단하게 김정은 x먹어를 써보았다. 사실 초보자라서 공간 판단 미스로 정은은 이니셜로 대체했다. 아아 우리의 소원은 통일.
베를린장벽 근처에는 홍콩의 자유를 염원하는 사람들의 손길도 담겨있었다. 다시한번 되새겼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