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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Cafe 하나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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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와니 Oct 29. 2022

구름이 내려앉은 마을

가을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보통은 부슬부슬 비가 오래 오는데 요즘은 다른 거 같다.


 그제 저녁엔 비가 소나기 마냥 제법 쏟아졌는데, 가게에 들른 손님이 "비가 쏟아진다." 하면서 "내일은 맑을 거래" 하길래, 난 부슬부슬 오래 오는 것보다 쏟아져도 잠깐 쏟아지고 해를 볼 수 있는 맑은 날이 오는 것이 더 좋다고 했다. 그녀도 동의했다.


오늘은 날이 맑은 관계로 이른 아침 구름이 마을로 내려왔다. 운전하는 길에 잠깐 셀폰에 담아본다. 구름바다의 장관은 물안개만큼이나 아름다운데 물안개는 물에만 있는 것이 아닌 것을 이곳에 와서야 알게 되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는 삶은 나에게 새로운 경험들을 준다.


기온 변화가 심해서인지 맑은 가을이나 겨울 이른 아침엔 아침에 안개가 깔린다. 저녁 어스름에 내려오는 안개도 장관이고, 눈이 오거나 서리가 하얗게 쌓인 들판에 깔린 안개를 보는 것도 장관이고 이렇게 높은 곳에서 보는 지면에 깔린 안개는 더욱 장관이다.


저 아래에서 어딘가를 향해야 하는 이는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앞을 구분할 수 없는 혼돈으로 불안이 자리 잡고 있겠지만, 그래도 오늘은 그리 심하지 않은 안개이고 잠시 아름다움을 감상할 여유가 있음에 감사하다.


저 멀리 어슴프레 안개가 멀어지고 있다.

어느덧 가을이 찾아와 꽃단장을 시작하고 있다. 하루하루 변하는 모습을 엿보는 여유를 맞이 하게 되는 건 전보다 일찍 일어나야 하는 일과의 보상인 것 같다.

사는 곳이 어디이든 마음과 시간의 여유를 가질 수 있으면 찾을 수 있는 아름다움은 옛 기억을 더듬게 된다.


정읍 내장산의 아름다움은 더할 나위 없었으며, 셀 수 없는 관광명소뿐만 아니라 생활하던 곳들도 많은 아름다움을 가졌던 거 같다. 잠원동의 포를 라너스와 은행나무가 주던 색의 향연도 아름다웠고, 남산, 청계산... 아마 전에도 부지런히 움직 였다면, 여유를 좀 더 가졌다면 맛볼 수 있는 아름다움을 바쁘다는 핑계로 더 맛 보지 못 했던 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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