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자퇴 후에도 또 다른 불행은 계속되었다
엄마는 사업을 시작했고 사업과 관련된
부모님의 갈등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을 만큼 아주 깊고도
도저히 맞춰지지 않는 퍼즐과도 같았다
지금은 시간과 여러 어른들이
나를 성장하게 해주어서 갈등이 일어날 때면
‘옛날에 비하면 아주 쉬운 껌이지’라고 생각이 들지만
그 당시에는 엄마의 고통이 담긴 울분을
당연히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친구 하나 없는 엄마가 나에게라도 속을 털어내어
작은 숨통이 트일 수 있게 해주고 싶었고
엄마를 살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만 가득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친했던 이모네 자식,
내 또래 아이들을 만난 날이 있었다
이모가 이모부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할 때면
듣기 싫다고 ‘엄마 그만해’라고 말하며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순간 멍했다
오래 고립되어 있었던 터인지 내가 바보같이
순진했던 때라서 그랬던 건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이 두 이유 모두이지 않았을까 싶다
엄마가 아는 이모의 내 또래의 자식들을
만나는 것 외에는
내 또래를 만나며 경험을 쌓지 못했기에
‘내가 고통스러우면 안 들어줘도 되는구나’를
18살 때 뒤늦게 알게 되어 참 허무했던 순간이었다
내가 힘들면 남의 고통 가득한 표정과 말투로
끊임없이 내뱉는 넋두리를 안 들어줘도 된다는
이 간단한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