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할아버지 장례식에 대해 어른들의 이야기가 오고 갔고
나는 난생처음으로 상복을 입어보았다
검정 치마 상의, 하의에 흰색 리본 달린 머리핀 하나,
그리고 검은색 양말을 신었다
어색하고 차갑고 뻣뻣했다
장례식장 안은 에어컨을 세게 틀어놔 매우 추웠고
우리 자매는 둘이서 엄마 무릎을
하나씩 베개 삼아 꼭 잡고
잠이 들락 말락 꾸벅꾸벅 졸았다
아빠와 할머니는 하루 종일 조문 온
친척들을 계속해서 맞이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며 복작 복작
시끌벅적한 상태였기에
온 가족이 하루 종일 피곤한 상태였다
3일장이었다
첫째 날은 엄마와 나와 동생은 집에서 잤고
둘째 날은 장례식장에 가서 잤다
새벽에 알람 맞춰놓은 내 핸드폰 알람이
주무시는 친척 어른들을 깨워버리기도 했다
당시 동생 나이 12살
동생은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뭐가 그리 웃긴지 그저 신이 나있었다
절하는 어른들의 바지가 터질까 봐 웃기다며
큭큭, 깔깔댔다
덩달아 나도 큭큭, 깔깔댔다
율무차를 좋아하던 동생은
율무차가 많아서 마음껏 먹을 수 있다며
그저 신이 나 몇 번을 타 먹고 타 먹었다
나도 같이 몇 번을 먹었다
같이 웃고 같이 울고 같이 먹고 모든 것을 함께 했다
셋째 날은 할아버지를 진짜 보내드리는 날이었다
내가 첫째라 할아버지 사진을 들고
앞장서야 한다는 게 당시엔 부담스럽고 두려웠다
14살, 극으로 소심한 내가 강제로
앞장서 본 것은 처음이었다
창피하고 부담스러워 할아버지가
더 미워질 지경이었다
그렇게 생전 처음 리무진도 타보았다
할아버지는 죽은 뒤에 타면 무슨 소용이겠느냐만
우린 살아있었으니까 덕분에 모든 게 신기했다
화장하는 곳에 도착했고
화르르 순식간에 할아버지가 남기고
간 육체는 재가 되었다
납골당에 도착했다
친척들은 내가 할아버지와 많이 닮았다며
마음대로 평가해 대기 시작했다
기분이 나빴지만 그 뻣뻣한 치마를 입고
뻣뻣한 자세로 동생과 할아버지 안치실이
준비될 때까지 뻘쭘한 시간을 보냈다
안치실에는 젊은 할아버지가
말 위에 올라타고 있는 사진 한 장과
늘 차고 다니던 시계, 담배 한 갑 넣어드렸다
밖 유리에는 꽃과 동생과 내가
쓴 포스트잇 두 장을 붙였다
그렇게 길고 고달팠던
할아버지의 삶은 진짜로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