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6화

by 희지

절망과 고통이 일상인 삶을 살아온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삶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밀려오는 것들을 해치우고

몸부림치며 살아왔을 삶이었을 텐데도

할머니는 그 시절에는 다 그랬다며

할아버지에게 맞는 것을 당연시 여겼고

익살스럽게도 웃으며 83세가 넘어가는 지금까지

긍정적이며 고집스럽고도 악착같이 살아가고 계신다

반면에 생전 살아계실 적

내가 아는 할아버지는 할머니와는 반대였다

내가 봐왔던 할아버지는 삶을 겨우 연명해 나아가는

알콜 중독자에 가정 폭력범이었을 뿐이었다

술을 마시고 담배를 끊임없이 태워대며

일찍 삶을 끝내고 싶었지만

불행스럽게도 엉뚱한 행운은 계속 되어 삶은 할아버지를 오래도록 놓아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아빠와 싸운 후에 소주와 막걸리를 잔뜩 마시고는

욕실 바닥에서 미끄러져 넘어진 것은

할아버지가 그토록 원하던 죽음에 데려다준

마지막 삶의 몸부림이 되었다

엉뚱하고도 불행한 행운이

더 이상 찾아오지 않은 것이다

아직도 방 안 가득하던 시큼한 막걸리 냄새와

매캐한 담배 냄새는 날 고통스럽게 한다

어쩌다 맡을 때가 있을 땐 그때 생각이 나

진절머리가 나곤 한다

그래서 나는 성인이 되어서도 궁금함에

한 번 마셔본 맥주 한 캔 이후로는 술을 먹지 않았다

물론 담배도 한 번도 태우지 않았다

냄새 자체로 아픈 기억은 더욱 선명해지곤 하니까

엄마가 기억하는 할아버지는 달랐다

늘 다정하게 고생했다 물어봐주던 시아버지였다

나 어렸을 적엔 사돈지간끼리 노래방에 가서

노래 부르시는 것도 좋아했다고 했다

내가 기억하는 할아버지와는 달라서 놀랬다

어쩌다 삶은 할아버지를 그렇게 망가뜨렸을까

어쩌다 삶은 그 불행한 순간들을 어린 아이들이

온 몸으로 마주했어야만 하게 만든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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