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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랑인 Oct 07. 2022

6.1. 한국식 모순경영

6.1. 한국식 모순경영과 주체성 상실      


한국인의 경영을 ‘모순 경영’이라 소개한 인물은 홍익대학교 유건재 교수이다. <뜻밖의 한국>(2022년)에서 유교수는 한국식 경영의 원리를 ‘모순’이라 규정하고, 미국과 일본 등에 비해 주목받지 못한 한국기업의 경영방식을 소개하였다. 그가 보기에 한국은 다른 나라에서는 엿볼 수 없는 색다르고 뛰어난 전략을 구현해왔다는 것이다.

      

통제와 자율 사이의 모순    

 

과거 30여 년간 지속된 세계화에서 한국은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의 전유물이었던 전자, 자동차, 반도체 등 기술집약적 분야에 집중하며 과감한 개발과 투자를 이어갔으며 그것에서 유래없는 성공을 거두었다. 이 시기 한국기업의 커다란 성공에 대해 외국학자와 경영자들은 한국식 경영에 대해 궁금해 했다고 한다. <뜻밖의 성공>은 바로 그런 의문에 대한 대답이다. 이 책에는 다음과 같은 답안을 제시하였다.      


“한국인은 매우 복잡하고 모순이 가득한 사람”     


이런 기질 때문에 가격이 착하면서 품질도 좋은 제품을 만든다던지, 일을 빨리 하면서도 꼼꼼하게 마무리하는 등 모순된 행동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한국인은 집단주의 속 개인주의를 지향하는 모순, 타자성과 주체성이 공존하는 모순, 개방성과 폐쇄성이 공존하는 모순, 속도와 끈기가 공존하는 모순 등 서로 공존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모순적 특질을 품고 있다, 이런 모순적 특성 때문에 서로 이질적인 양 극단을 유연하게 오가는 능력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유교수는 이런 한국인을 두고 ‘천성적으로 모순적이다’라고 평가했다(26쪽).      



모순적 리더십     


모순적인 한국인은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서로 배타적인 것들의 관계를 화해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렇다면 조직에서 모순적 리더십은 어떻게 작동될까. 조직에서는 내향적이면서 사적인 자리에서는 외향적이고, 자존심 강하면서도 겸손하고, 강한 단결력을 보여주면서도 자신과 관계된 특정 집단내 있는 사람에게만 마음을 쓰고, 불같이 급하면서도 감성적인 리더십이 발현된다고 한다.     


흔히 미국식 경영을 개인주의적 자율성을 중시하는 문화를 가졌다고 한다. 개인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창조성이 활짝 펼쳐져서 과감한 혁신을 가능하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기업은 분업과 협업이 잘 구현되어 있는 기업문화와 조직구조를 만들었다. 애플의 스마트폰이 대표적 사례이다. 이처럼 미국은 독창적 사고가 자유롭게 실험되고 이를 통해 제품이 혁신되는 나라이다.       



반면, 일본식 경영은 집단주의적 합의를 중시하는 문화를 가졌다고 한다. 이런 조직에서는 집단의 의사결정을 중시하기 때문에 개인의 의견이 주목되기가 어렵다. 따라서 집단 구성원들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중요시되고, 일단 결정이 되면 일사천리로 추진된다는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는 창조적 혁신보다는 끊임없는 개선을 통해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상품화 된다.      


유교수에 의하면, 한국식 경영은 ‘우리 속의 나’를 지향한다고 한다. 집단 속에서 주체성을 실현하려는 것으로 대표적인 모순이라는 것이다. 한국인의 집단주의는 공동체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헌신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나 자신의 존재감을 살려서 살고 싶은 욕구가 크다고 한다. 이런 모순적 경향이 기업 경영에 반영되면 대부분의 경우 리더들이 결정을 내렸을 때, 구성원들이 빠르게 실행하면서 수정하는 전략을 취하게 된다. 이것이 패스트팔로워 전략이 되었고 이 과정에서 개인의 개성과 목소리가 무시되어 왔다는 것이다.     



자율성 기반의 ‘바텀업’ 방식      


지난 산업화 시기에 나타난 한국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은 톱다운top-down 방식을 따르면서 집단주의 특성을 강하게 드러냈다. 이는 수직적인 관계구조를 형성하여 연공서열과 같은 부작용도 나타났다. 그 결과 구성원의 자율성은 사라지게 되었으며 경직된 조직문화가 형성되었다.      


톱다운 방식으로는 남의 것 베끼는 단계를 넘어 독자적인 개념설계를 하는 단계로 진입하기 어렵다. 상부의 지시를 따르는 조직구조에서는 창조성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의사결정 구조를 바텀업bottom-up 방식의 수평적 조직구조로 바꾸지 않는 한, 개인의 자율성에 기초한 독창적인 사고가 나타나기 어렵다. 개개의 직원이 스스로 책임을 가지고 과감한 혁신을 이룩하는 일은 꿈꿀 수도 없기 때문이다.    

  


주체성을 살리는 조직구조를 어떻게?


집단주의가 강한 한국기업은 과거의 패턴을 뒤집어서 개인주의 문화를 발전시켜야 한다. 집단 속에서 주체성을 실현하고자 하는 한국인의 기질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개인주의가 확장된다고 해서 조직에 대한 헌신이 약화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구성원들이 스스로를 독립적인 존재로 인식하면서 더욱 책임 있는 성과를 도출할 수 있다. 한국인은 존재감을 느낄 때 강한 주체성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식 모순경영의 특질을 살리면서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주체성을 살려내는 방향으로 조직구조를 혁신해야 한다. 직원들에게 업무에 관한 독립적인 자율, 권한, 책임을 부여하고 이들이 통제보다는 스스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문화로 바꾸어야 한다.


이를 위해 리더가 바뀌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조직 구성을 개인이 주체성을 발현할 수 있도록  최대한 재배치해야 한다. 이는 톱다운의 힘을 덜어내자는 말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무시되었던 바텀업 방식에 힘을 실어주어 톱다운-바텀업이 상호협력할 수 있는 새로운 소통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 점에서 4方 5行 구조에 기반한 통합센터 구조가 중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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