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만든 세계관 안에서 설득력과 개연성만 있다면 1차는 통과. 그럼 반문하겠지? 글로 잘 옮겨야 하지 않냐고. 그런데 그건 생각 이상으로 빨리 성장할 수 있다.
글은 깔끔하게 잘 쓰는데 구조가 좋지 않은 소설 글은 서툴지만 세계관과 서사적 흐름이 좋은 소설 당신은 어떤 소설에 한 표를 던지겠는가?
연기력이 좋은 배우를 썼지만 실패하는 영화는 시나리오 문제인 것이다 소위 말하는 필력(연기력)은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상상하는 힘(개연성, 설득력)은 열심히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먼저 상상되는 영상, 머릿속에 그려지는 장면을 그대로 글로 옮겨 보는 거다. 부끄러워하지도 말고 이상하다고 생각지도 말고 그냥 밀고 나가야 한다. 파란색이면 파란색, 구름이면 구름, 아이면 아이. 보이는 대로 쭉 써 보는 거다.
다 쓰고 나서 쓸데없는 문장을 수정하면 된다. 가령.
예시) 생각이 나는대로 적어라. - 예은이가 더러운 손으로 치즈케이크를 집어 들고 입에 넣었다. 행복해하는 그녀를 보며 옆에 앉아 있던 그녀의 친구 혜원이가 손으로 먹으면 더럽다고 투덜거리며 포크를 가져다주었다.
수정) - 씻지 않은 손으로 치즈케이크를 먹는 예은에게 혜원이 잔소리를 내뱉으며 포크를 가져다 놓았다.
머리에 떠오른 영상을 하나하나 쓰면 예시와 같은 문장이 된다. 걱정 말고 일단 적으면서 밀고 나가라.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은 쓴 내용을 다음 날 처음부터 보게 되면 수정을 하게 되고 다음 날도 또 수정을 하게 된다. 그러면 글을 밀고 나갈 수 없게 된다. 쓴 분량이 점점 줄어드는 걸 마주하게 되면 지치게 되고 결국 포기하게 된다.
글을 다 쓰고 퇴고를 하면 중복된 단어, 쓸데없는 문장 등이 보인다. 물론 내가 예시로 든 문장이 좋다는 건 아니다. 지금 막 떠오른 걸 써서 설명하는 거니까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이해해 주길. 아무튼 앞 뒤 문맥에 따라 꼭 있어야만 하는 단어도 있지만 대게는 쓸데없는 녀석들이 더 많다는 사실.
하지만 예시의 손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면 디테일하게 표현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보통 A4용지 200페이지 정도(글자11)의 초고가 나왔고 퇴고를 하고 나면 항상 50페이지 정도가 없어졌다. 너무나도 가슴 아픈 일이지만 지워야 한다. 쓴 내용을 날리는 것을 아까워하면 안 된다. 슬림하고 멋진 몸매를 위해 믿고 쳐내야 한다. 쉽진 않을 거야. 나도 알아요.
단, 서사 중심의 소설을 말하는 것이다. 어려운 표현을 써가면서 하나하나 감정을 이끌어 내는 소설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은 안 비밀.
카페 와서 곧 출간될 소설의 제목 위치와 부제 등을 고민하고 있다. 최근 트렌드를 본답시고 베스트 탑 100에 드는 소설의 표지를 보고 있지만 속 시원한 답을 얻지 못했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나 싶네. 나도 모르겠다. 그냥 느낌 오는 대로 선택해서 빨리 넘겨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