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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일상

비웃는 게 아니라 웃는 건데...

by 집녀

나는 웃상이 아니다.

웃는 얼굴이 아니라는 뜻이다.

좋은 점은 얼굴에 주름이 별로 없다.

얼굴 근육을 별로 쓰지 않기 때문에

주름 접힐 일이 없다.

안 좋은 점은 뭔가 화가 나 있어 보인다는데 있다.

기분이 좋은데도 사람들은 나보고 기분이 안 좋냐 묻는다.


요즘 나는 뒤늦게라도 웃는 얼굴을 만드려고 한다.

웃을 일이 있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웃는 일이 생긴다고 믿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남들에게도 뚱한 표정보다는 웃는 모습이 더 좋아 보이지 않을까.

그런데 이게 부작용이 있다.


평소 잘 웃지 않는 사람이 웃고 다니면

사람들이 오해를 한다.

특히 나랑 관계가 좋지 않은 사람들에겐 그렇다.

비웃는다고 생각하나 보다.

상대방이 좋건 나쁘건 우선은 웃자는 주의가 된 것인데

그것이 상대방에게는 비웃거나 소위 쪼개는 웃음으로 받아들여지나 보다.


얼마 전 모씨를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다.

물론 나는 그를 싫어하고,

그도 나를 싫어하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웃으면서 인사를 하고,

웃으면서 말을 걸었더니,

그의 표정이 더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당혹해지면서 나 또한 웃음을 거둬들여야 했다.

상대를 가려 웃음을 지어야겠다...


오늘도 아침에 출근해서

얼굴 근육을 풀어본다.

광대뼈가 튀어나온 나 같은 사람은

웃는게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광대를 올리고 자연스럽게 입꼬리를 올리라는데,

거울 속에 비친 나의 모습은,

웃는 모습이 너무나 어색하다.

치아도 고르지 못해

웃으면 더 못나 보인다.


그렇다고 포기할 내가 아니다.

웃을 일이 있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웃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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