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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고양이 R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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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미화 Jan 02. 2020

고양이 R

12화

깜장이가 된 나는 인간 집에 가자마자 꼼짝달싹 못하게 가느다란 물건으로 묶였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니까 기분이 나빴다. 쉬지 않고 양양댔다. 구석에서 이빨을 드러내고 발톱을 세웠지만 인간들은 나를 무서워하지 않았다. 코점박이라면 달랐을 것이다. 걔는 나 같은 쫄보와는 처음부터 다르다. 인간은 털을 곤두세운 내 앞으로 비릿하고 미끌미끌한 밥을 내밀었다.

     

먹어, 까탈 부렸다간 그날로 쪽박 찰 줄 알아. 처음 보는 이상한 밥은 물이 질척질척 출렁여 속이 울렁거렸다. 발톱으로 머리가 없는 몸통을 찍어 들었다. 척~ 바닥에 물이 줄줄 흘렸다. 쿵쾅쿵쾅. 바닥이 흔들렸다.       

처음 잡혔을 때 내 머리통을 때린 인간이 이번에는 등짝을 냅다 후려쳤다. 양! 놀란 내가 바닥에 엎드리자 인간이 소리쳤다.      


_빌어먹을 괭이 새끼. 바닥 지저분하게 해 놓은 것 좀 봐. 꼴에 지 입맛대로만 처먹고

_왜 그려?

_아유, 덩어리만 건져서 처먹느라고 이 바닥 좀 봐. 이 비린내, 아유!

_이 여편네야. 원래 괭이는 물 싫어하는 것두 몰러? 국물은 왜 주고 지랄을 떨어

_내가 서방 난닝구 싸이즈도 모르는데 괭이 식성을 어떻게 알아!

_자랑이다. 자고로 모르는 건 말을 말고, 모르면 물어보고, 그래도 모르겠으면 내 ~탓이다, 허는거여

_또 잘난 체.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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