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공룡 그림일기 >
엄마가 허리 아프다는 말을 달고 산 지 벌써 3년이 훌쩍 넘었어요. 늘 허리가 아픈 이유에는 일을 하기 때문이라며 조금 쉬면 괜찮아진다고 말하곤 했어요. 하지만 쉬어도 점점 심해지는 허리 통증에 병원을 방문하였고, 약도 먹고 시술도 받아봤지만 잠깐일 뿐 결국 다시 통증이 생기더라고요.
결국 엄마는 서울의 한 병원에 방문하신 뒤 바로 수술을 결정하셨어요. '그동안 많이 아팠나 보구나... 아들이 되어서 이것도 모르고 미안하다...'라는 생각도 들고, 이 정도로 참아왔다는 것에 엄마가 원망스럽기도 했죠. 그렇게 매일 안부도 묻고 챙겨주었다고 생각했지만, 엄마의 선의의 거짓말(?)에 속아버렸던 거죠. 조금 더 꼼꼼하게 살펴봐야 했었는데...
수술 날짜가 다가오면 올수록 제가 더 긴장이 되더라고요. 의사 선생님께서도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라서 짧으면 한 시간, 길어야 두 시간이라고 하셨어요. 다행히 엄마도 큰 걱정 없어 보였고, 수술 당일날임에도 불구하고 긴장한 모습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어요. 오히려 제가 더 긴장하고 있었어요. 수술시간이 되어 침대에 누운 상태로 수술실을 향하는 엄마의 모습은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었어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 모습이 더 마음에 쓰이더라고요.
그렇게 수술로 향한 지 한 시간이 됐고, 두 시간이 지나고... 세 시간이 되었을 때까지 엄마가 나오지 않았어요.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한 저는... 계속 자기 합리화를 했어요.
"아, 엄마 앞 수술이 많이 미뤄졌나 보다."
"아니 왜 안 나오지, 딱 10분만 있다가 물어보자."
"음? 아니야, 괜히 다들 바쁘신데..."
어쩌면, 잘못된 상황을 들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어떤 상태인지를 물어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상황을 바꿔놓고 '내가 엄마였다면? 엄마도 물어보는 걸 지체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지나가던 간호사 선생님께 여쭤보았더니 환자분은 회복실에서 쉬다가 올라오는 중이라며 이제 곧 온다는 얘기를 해주시더라고요. 그제야 안도감과 함께 눈물이 살짝 맺히더라고요.
그리곤 바로 엄마의 모습이 보였어요. 아직 마취에서 덜 깬 상태로 침대에 실려 오던 엄마... 병실로 이동한 엄마는 아직 정신이 돌아오지 않았고, 혼잣말로 중얼중얼하고 있었지만 잘 안 들렸어요. 귀를 가까이 대보니
"목말라, 시원한 아이스커피 마시고 싶어..."
엄마의 수술 후 첫마디에 모든 걱정이 사라졌어요. '다행이다.'라는 안도.
엄마가 퇴원하면 바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줘야겠어요. 그리고 회복에만 전념해서 얼른 일상생활로 돌아왔으면 좋겠네요. 현재는 퇴원한 지 3주 정도 지났어요. 상처는 다 아물었지만, 근육이 아직 회복되지 않아서 움직이는 데에는 불편함을 느끼시네요. ㅎㅎㅎㅎ 그래도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다신 아픈 일 없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