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두 번째 주, 부정적인 마음을 외면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
나는 긍정적 마음의 힘을 믿는 사람이다. 인간관계를 떠올리면 기본적으로 경계를 많이 하는 성향이고(겉으로는 그렇게 보이지 않으려 하지만), 무슨 일을 시작하더라도 성공의 설렘에 들뜨기보단 실패할 경우를 대비하는 편이 훨씬 편안한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찌 보면 부정적 생각이 강한 사람일 수도 있고, 자칫하면 어두운 면에 지배당하기 쉬울 수 있는 인간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다.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있다고 믿기에, 부정과 걱정이 창조해 낸 생각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 의식적으로 끄집어내는 것이 긍정적인 생각이다. 실패만 생각하면 어디로도 나아갈 수 없다. 파산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베팅을 할 수 없는 것처럼, 이 세상 누구도 실패 자체를 환영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드는 것은 실패와 같은 부정적인 생각을 기본값으로 두는 것이라 생각한다.
어둠이 있어야 눈 부신 빛에도 의미가 부여되듯, 부정적인 생각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긍정적인 마음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 본다. 걱정, 경계, 두려운 감정은 행복, 즐거움과 연결되는 자연스러운 감정이지 감추고 외면해야 할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 그렇기에 부정적인 생각이 드는 것을 너무 몰아붙이지 않는 편이다. 다만 그 마음의 목소리를 잘 들여다보며 어떤 마음으로 보듬어 줄지 고민하는 데 시간을 할애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의 마음으로 품는다.
4년 전에 티스토리에 글을 쓸 때였다. 그때는 글을 쓰며 '나'를 철저하게 감췄었다. 시기적으로 다루는 소재가 예민한 것도 있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누군가에게 평가받는 게 가장 두려웠다. 오픈된 공간에 글을 쓰는 것 자체만으로도 두려움의 무게가 큰데, 독자의 평가가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나'에게까지 침범한다 상상하니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3년간 150건의 글을 발행하면서도 현실에 존재하는 '나'를 절대 알 수 없도록 꽁꽁 감춘 글을 써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독자의 평가를 마주하려, 두려움을 극복하려 노력했던 시간의 뒤엔 긍정의 힘이 있었다.
작년 7월이었다. 이제는 나를 이렇게까지 감춘 글이 답답하단 생각이 들었다. 실명과 얼굴까지 오픈하진 못하더라도 글에서만큼은 '나'를 보여주고 싶었다. 일상과 그 순간에 느끼는 생각을 글로 써 내려가고 싶었다. 그렇게 티스토리에서 쓰던 글을 멈추고 블로그에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나'를 최대한 감춘 글에서 벗어나 '나'를 어느 정도 드러내는 방향으로 전환되는 순간이었다. 그러자 다시 잊고 있던 두려움이 찾아왔다. '내 친구나 지인이 혹시 블로그를 보고 나인 걸 알면 어쩌지?' 그때 긍정적인 마음을 다시 꺼냈다. '내가 진정 나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은 거라면 우선 해보자', '누가 알게 되더라도 그가 나에게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는 거라 생각하자', '설사 알게 된다 하더라도 그때는 이미 되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니 더 뻔뻔하게 글을 써보자', '막상 하다 보면 별거 아닌 감정일 거다'라는 말로 어르고 달래며 계속해서 글을 써냈다.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몇 달이 되어가자 내 이야기를 써내려 가는 그 시간 자체가 행복이었다. 그리고 내 이야기만 가득한(실로 하나도 쓸모없는) 공간에서 좋은 친구들도 만나게 되었다. 용기를 얻은 김에 수년 전 몇 개의 글을 적은 후 방치해 뒀던 브런치의 닉네임마저 실명으로 바꿔버렸다. 실명까지 오픈했겠다 박차를 가해 사진까지 실제 내 모습으로(정면은 좀 부담스러워서 옆모습으로...) 바꾸었다.
철저하게 나를 감추었지만, 평가받는 두려움을 극복하며 처음으로 오픈된 공간에 글을 써냈던 티스토리에서부터, 일상 이야기 때문에 지인들에게 알려질까 두려웠던 블로그에 일기를 써 내려간 시간들. 이 시간을 만든 긍정적인 마음과 믿음 덕분에, 지금 브런치에서 실명과 내 모습을 걸고 더욱 깊고 진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돌아보면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생성된 부정적인 사고와 이를 극복하려는 긍정적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 밖에도 너무도 많은 에피소드가 있지만 지면 관계상 이것만 이야기하려 한다)
긍정적인 마음이란 것이 글자 그대로만 보면 허상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마음을 통해 부정적인 생각을 극복하고, 자그마한 발자국이라도 남겨 본 사람이라면, 그때 얻게 되는 성취감과 자신감이 어떤 조언보다도 빛나는 자산이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을 거라 믿는다. 이것은 앞으로도 무수하게 만날 부정적인 마음 앞에서, 나를 조금이라도 더 나은 곳으로 안내할 무한한 동력이 된다. 그것이 내가 긍정적 마음의 힘을 신뢰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