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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 Aug 18. 2024

충전, 친구를 만나면서 채우는 것

서른세 번째 주, 사람들을 만나며 얻는 휴식에 대하여




이번 주는 온통 사람 만날 일로 가득한 일주일이었다.




[월요일]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오후 12시 30분경. 책을 내보자며 으쌰으쌰 하는 모임의 점심 약속이 있었다. 저번 주, 모임의 한 분이 종이책 출간을 하게 되었단 희소식을 보내왔다. 아마도 몇 차례나 전자책을 내본 경험이 그녀를 그 길로 이끌었을 거다. 충무로 근처에서 미팅이 있다며 서울로 올라온다고 하기에 시간이 되는 사람들끼리 점심 약속을 했었다.


종이책 출간을 준비하는 분의 이야기와 현재까지 진행 과정도 상세하게 들을 수 있었고, 다른 분들은 책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어떤 점이 고충인지도 들을 수 있어 힘이 됐다. 하고자 하는 마음과 실행할 에너지가 있으니 이들에게도 문이 열리는 시간이 주어질 거다. 분명히 그렇게 될 거라 믿는다.


'그래. 나도 할 수 있다. 해보자'




[화요일]

늦은 생일 파티가 있었다. 나를 위한 파티였다. 친한 형이 생일 선물로 고급 사케를 준비했는데 그걸 들은 지가 생일보다 두 달 빨랐으니까, 벌써 4개월 전이다. 두 달이 지나서야 열린 친한 형과의 단출한 파티. 사실 이런 상황이 생긴 것엔 전적으로 내 책임이 크다. 시간 좀 내보란 형의 이야기에 '나중에...'란 답만 주었었으니까. 바빠도 너무 바쁜 척을 했다.


동생의 무심함에 지치거나 서운했을 법도 한데 형은 그러지 않았다. 그럴 사람인지 알아서 다른 약속을 우선하고 형과의 약속은 자꾸 미루었나 보다. 케이크도 초도 없는 생일 파티지만 어느 때보다 감동이었다. 생일 챙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그래도 축하받는 것은 항상 감사한 일이다. 바쁜 일상에서 잊지 않고 나를 위해 마음을 써준다는 건, 그것만으로도 축복이니까.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창문에 비친 내 모습엔, 미안함과 고마움이 교차하고 있었다.




[수요일]

투자 모임을 거치고 거치다 알게 된 지인들이 있다. 이들과 투자를 함께 한다거나 공유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관계는 그렇게 시작되었기에 다들 부동산과 주식으로 어디 가서 꽤나 이야기 좀 할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모임이다. (물론 나는 빼고) 그중 한 분의 꼬마빌딩이 드디어 준공되었단 소식을 얼마 전에 들었다. 그리고 축하 자리가 수요일에 열렸다.


주인공 포함 총 8명이 다 같이 모일 수 있는 날을 잡다 보니 일정이 조금 미뤄지긴 했지만 모두 모여서 각자 준비해 온 선물을 드리고 축하 인사를 건넸다. 만실 기원과 함께.


사실 부동산 임대차 시장이 녹록지 않아 웬만한 입지 아니면 공실 한 두 개는 기본으로 깔고 가야 하는 실정이다. 입지가 괜찮더라도 적정 업종이나 임대료 맞추기가 예전 같지 않다. 지인의 건물이 꽤 선호할 만한 위치에 있고 예쁘게 지어졌으니 하루빨리 공실 지옥에서 벗어나길 바라며 지인들과의 모임을 마무리했다.


지금까지 얼마나 고생하셨는지 알기에 지인의 건물을 등지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목요일]

멘토님과의 저녁 식사가 있던 광복절이었다. 원래는 지난달에 만났어야 했는데 만나기 이틀 전 하필 목감기에 걸리는 바람에 약속을 미뤘던 게 한 달이나 간 거다. 그럴만한 이유로는 목감기가 2주나 갔기 때문.


여름엔 특히 체력이 달리는 체질인 걸 아셔서 그런지 능이오리백숙을 먹자고 하신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런 집이 있는 건 처음 알았다. 3-4인용이나 되는 양을 둘이 나눠 먹고 배를 두드리며 근처 카페로 향했다. 


사는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요즘 관심사에 대해 깊게 나누다 보니 주식 이야기, 필사, 글쓰기가 빠질 수 없는 주제였다. 아! 건강 이야기도... 멘토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내가 멘토라 부르는 이유는 직접적인 어떤 걸 배워서가 아니라, 이분의 시선을 통해 나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이 꽤 유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멘토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


한참을 이야기하다 보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테이블을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그날 나눈 이야기에 대해 한참을 곱씹어 봤다.


'나는 아직 멀었구나...'




[금요일]

동서 형님의 생일 파티가 있었다.

가족이 다 같이 모여 식사와 술을 마시고, 요즘 근황에 관해 말을 주고받고, 미리 준비한 생크림 케이크에 초를 꽂고 불을 붙인 후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형님은 소원을 빈 후 촛불을 껐다. 잔뜩 취한 얼굴이었지만 이때만큼은 경건함을 잃지 않은 모습이었다. 무슨 소원인지는 물어보지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어떤 것일지 뻔하기에.


선물 전달 시간이다. 우리 가족은 보통 현금을 준비한다. 언제 정해진 건진 모르지만 가장 효율적이라서 그렇게 된 것 같다. 케이크를 나눠 먹기 위해 번쩍 들다가 내 몸에 쏟아 버렸다. 취한 거냐며 온갖 비난을 받았지만 소란스러운 말들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얼른 고개를 숙여 내 몸을 봤다. 앞치마 덕분에 아무런 타격이 없는 티셔츠가 눈에 들어오고 나서야 안도의 숨을 뱉었다. 


'휴우... 앞치마 하길 잘했다'




[토요일]

글쟁이들과 낮술 약속이 있었다. 블로그에서 만난 사이들인데, 알코올 좀 즐길 줄 아는 이들끼리 휴가 기간에 맞춰 낮술을 한 거였다. 장소는 교대 세광. 넷이 모여서 소맥 몇 잔으로 목을 축인 후 맥주는 빼버린 후 소주로만 남은 시간을 즐겼다.


취기가 적당히 올라오자 2차로 들른 막회집에선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눴다. 


'다들 참 열심히, 묵묵히,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구나...' 


가장 많은 사람부터 가장 어린 사람까지의 나이 차이가 꽤 되었지만 평소 서로의 글을 읽으며 다시 글로 대화를 나눴기에 16년이나 되는 시간의 벽을 희미하게 만들 수 있었다. (물론 나만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블로그에 기록된 그들의 일상은 역사를 쓰는 것이 되기도, 인연이 되는 마법이 되기도 했다.




[일요일]

나는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가정과 일에 시간을 우선 배정하다 보면 아무래도 지인들과의 시간은 뒷전이 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사람을 만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었는지도 바래질 때가 있는데, 이번 주는 사람에 대한 필요함을 다시 채워준 시간이었다. 


오늘부터 친구 하자! 이런 거 말고.

'나'의 이야기를 주고받고, 공감하고, 위로하고, 함께 할 때 드러나는 감정들을 공유하는 것이 진짜 친구가 되어 가는 게 아닐까. 오고 간 말속에 담겨 있는 마음이 전달될 때, 그걸 나눈 이들과 친구가 될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이 아닐까.


그래서 내가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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