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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Dec 17. 2023

호호 아줌마의 뚱뚱한 상상

나의 꿈도 응원하며

겨울의 한파는 매섭다. 삶의 겨울도 주기적으로 찾아와 매운맛을 보여준다. 예측하지 못한 상황들의 전개는 신선하기까지 하다. 나가지 못하는 겨울 아랫목에 모여 이불을 덮고 들었던 옛날이야기처럼, 난 나에게 상상의 장면들을 들려준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냐며 나를 칭찬하고 호호거린다. 그래서 난 나만의 세계에서 호호 아줌마다. 가끔은 그 호호 아줌마가 현실로 나와서 주위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지만 어쩌면 그게 나인지도 모른다.


어릴 적 중국집에 가면 물에 식초와 간장을 섞어보고, 시계가 궁금해서 열어보기도 했다. 종이 인형을 가지고 놀면서 버선을 만들어 신겨줬다. 그냥 삐뚠 동그라미만 그리면 되는 버선만. 소심한 나는 딱 거기까지였다.

얼마 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나에게 중국집에서 다양한 비율로 섞어보라고 권했다면, 시계가 망가져도 되니까 분해해 보라고 했다면, 안 예뻐도 되니까 치마도 만들어 입혀보라고 도와줬다면.


지금이라도 호호 아줌마는 다 해보려고 한다.  그래서 어린 나처럼 시도조차 못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 




얼마 전 그림에 관심을 가지면서 인체 모형의 구체관절인형이 있다는 걸 알았다. 난 호호 아줌마에게 그 인형을 사줬다. 호호 아줌마는 버릴 옷을 잘라 인형에게 옷을 만들어 입혔다. 

난 호호 아줌마에게 박수를 보냈다. 감각이 있네~




난 요즘 나무를 눈여겨보며 다닌다. 벌써 몽우리를 내는 나무들을 보면서 봄을 생각했다.

호호 아줌마는 이런 상상을 들려줬다.


한파주의보에 창문을 닫으러 갔는데, 벌어진 창틈으로 칼바람 소리가 들리는 거야. 움찔했어. 내 귀가 먹은 것도 아닌데 얼마나 크게 소리를 지르는지.

"너 나와. 한판 붙자."

머리를 굴렸지. 그래서 봄을 찾으러 간 거야.

처음엔 나가 싸워야 하나, 뭘 들고나갈까 고민했는데 질게 뻔하잖아.

봄이 어두운 구석에서 뭔가 열심히 하고 있더라고.

오호~~~

칼바람이 승리의 환호성을 지르더라도 그냥 떠들게 나두기로 했어. 이제 곧 있음 봄의 멋진 웨이브를 볼 수 있을 테니까. 멋짐을 입은 봄을 상상해 봐. 벌써 설레지?


날이 좀 풀리고 바람이 좀 잠잠하길래 밤에 잠깐 산책을 했어. 다른 가지들에 비해 키가 큰 가지가 두 개 있는 거야. 뭔가 보려고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까치발 들고 있는 아이들처럼. 궁금해서 다가갔지.

아~ 서로 좋아하나? 그래서 얼른 왔어.


이 장면 때문일까? 멋진 사랑을 상상해 봤어. 나무의 사랑


작은 나무가 다른 작은 나무를 사랑했어. 그런데 그 나무가 가버린 거지.

남은 나무가 큰 나무 밑에 앉아서 우는 거야. 울면서 노래를 해.

'사랑의 조각들이 뺨을 스치면 넌 어느새 내 앞에 서있어...'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자꾸 생각나니까 이제 가버리라고. 그러면서 우는 거야.

'내가 바보 같아서. 너무 바보 같아서. 너의 귀를 안 담았나 봐.'

가버린 나무를 마음에 담아둘 때 귀를 안 담았는지 가버리라는 말을 듣지 않는다고.


다 울고 나서 작은 나무가 알게 돼. 큰 나무가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큰 나무는 작은 나무를 더 큰 사랑으로 사랑하고 있었거든.

누구도 완벽하지 않지만, 다 줘도 부족한 거 같은 마음. 큰 나무의 사랑은 그런 사랑인 거지. 감동적이지?


난 또 호호 아줌마에게 박수를 쳐줬다. 상상의 내용도, 허접하지만 그림 글씨와 편집도 마음에 든다.




학창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예체능을 열심히 할 거 같다는 얘기를 많이 했었다. 다음 생애는 없다. 다시 돌아갈 수도 없다. 난 지금부터 나를 솔깃하게 하는 것을 다 해보려고 한다. 그림 글씨를 배우고 건반을 눌러보고 인형옷을 입혀보고...


모두의 꿈을 응원한다. 아주 사소한 거라도 시도해 보기 바란다.

나도 나를 응원하며 사소한 시도를 할 거다.

믈론 누군가의 마음을 아프게 하거나 죄를 짓는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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