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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ㄱㅁ Sep 01. 2021

32살 드디어 집주인 되는 날

이렇게 집계약하는 게 맞나요?


드디어 등기를 치는 날이다. 옛말로는 집문서가 생기는 날이랄까. 집계약을 한지 어언 2달. 오늘 잔금만 치루면 집매매는 끝이 난다. 내가 집주인이 된다니 아직도 얼떨떨하다. 저게 내 집은 맞는 걸까? 내가 낸 돈보다 전셋값이 더 많은 저 집은 내것인 듯 내것 아닌 내것 같은 집이다.


지하철을 타고 1시간 40분 시흥 오이도역에 도착했다. 아! 얼마 전에 젊은이들이 갭투자를 하는 추세가 늘어나고 있다며 시흥 정왕동 아파트를 예로 드는 기사 하나가 났었는데, 그 젊은이가 우리로 추정된다. 우리가 매매한 아파트 이름에 매매한 일자까지 나오는 걸로 봐선 추측이 아니라 팩트같다. 와우. 어쩌다 내가 뉴스에까지 오르는 젊은 투자자가 된 걸까. 역시 세상은 오래 살고 봐야 한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뚫고 역에서 부동산까지 10분 정도 걸었다. 공동 매수인인 박은 지하철을 탈지 버스를 탈지 고민하다 결국 지각이란다. 12시 30분, 약속된 시간에 딱 맞춰 박이 왔다. 박과 함께 부동산 문을 열고 들어서니 익숙한 부동산 사장님 두 분과 빛나는 금목걸이를 한 아저씨 한 분이 계셨다. 계약할 때는 사모님이었는데 오늘은 매도인 당사자인 아저씨가 오셨나보다. 


곧이어 늦어서 죄송하다며 법무사 직원이 왔다. 법무사 직원에게 나가는 돈만 30만원이더라. 집 하나 살때는 집값 말고도 복비에 법무사 수수료, 취득세, 지방세, 인지 및 증지, 채권할인, 취득세신고 등 들어가는 돈이 아주 말도 못하게 많더라. 처음 사보니 뭘 알아야 말이지. 계약금이랑 잔금만 대충 계산했다가 뒤늦게 식겁했다. 


부동산 사장님이 어떤 서류를 보여주면서 매수인이 이전에 받았던 대출금은 모두 갚았다고 한다. 서류의 어딜 봐야 대출금을 갚았다는 걸 알까? 나만 모르는 걸까?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한 서류와 도장, 신분증을 법무사 직원에게 넘기니 설명 하나 없이 혼자 바삐 도장을 쾅쾅 찍어댄다. 멍하니 앉아있다가는 괜히 호구로 보일까봐 준비했던 대사를 친다. "등기필증이랑 등기본등본은 일주일이면 나오나요?" 엄마가 부동산을 운영했던 친구한테 연락해서 내가 챙겨야 하는 서류를 미리 알아봤었다. 이 정도는 안다 이거야! "등기필증 아니고 등기권리증 말씀이시죠?" 앗 그마저도 틀렸다. 그냥 조용히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잘 넘어가나 했는데 박이 준비해온 재직증명서가 상세 기입이 아니라 재발급이 필요하단다. 만 30세가 되지 않은 박은 나보다 준비해야 할 서류가 더 많다. 재직증명서랑 소득증명원! 부동산 사장님 말로는 어린 애가 어떻게 집을 살 수 있는 지 증명해야 하는 과정이란다. 새삼스럽게 박과 나의 나이차를 실감한다. 

잔금을 보내고, 도장을 찍고, 마지막 복비까지 내는데 걸린 시간은 겨우 30분. 어마어마하게 느껴졌던 집계약은 참 허무했다. 다들 이렇게 대충(?) 아무것도 모른 채(?) 집을 사고파는 걸까? 우리가 처음이라 이런 걸까? 다 끝났으니 가보라는 부동산 사장님의 말에 가방을 챙기고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우리는 생애 첫 우리집을 가지게 됐다.


2개월 전 계약할 때보다 집값은 이미 5000만원 정도나 올라있었다.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실매매가가 오르는 게 눈에 보이니 지금까지 돈을 놀리고만 있었던 게 한탄스럽기도 하고, 이렇게 빠르게 집값이 오르는 대한민국이 미친 것만 같기도 했다. 인구는 줄고 새로 짓는 집은 계속 늘어나는데 왜 집값은 오르는 걸까? 집을 사놓고도 나는 아직 이해할 수가 없다. 


그래도 오늘은 갈비나 뜯으며 자축하기로 한다. 드디어 나도 대한민국에 집 하나는 있다 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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