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남자, 여섯 번째 이야기
"씨X, 형 아니, 언니. 아니, 형. 우리 몸 왜 이래."
"몰라, 새끼야. 징그러우니까 말 걸지 마."
우리가 서 있는 곳이 눈에 익었다. 살펴보니 동네 뒤편 작은 주택과 빌라들이 모여 있는 골목 한가운데였다. 클라이밍 센터를 가기 위해 매일 지나는 곳이다. 이 길은 운동 전 워밍업이 자연스럽게 될 정도로 비탈이 심했다. 그때였다. 당혹감을 떨쳐낼 시간도 주지 않고, 저 멀리 내리막길 끝에서 쿵쿵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동생은 안경을 쓴 채 미간을 찌푸리고 소리의 근원을 한참 바라보더니 꿈같은 소리를 뱉었다.
"프랑켄슈타인. 프랑켄슈타인이 쫓아와. 우리한테 달려오고 있는 거 같아."
고개를 돌렸다.
"진짜네. 썅."
좀비도 아니고, 뱀파이어도 아니고, 프랑켄슈타인이라... 도대체 언제 적 프랑켄슈타인인가. 워낙 호러 영화를 좋아하기에 잘 안다. 몇 년 사이에 프랑켄슈타인이 등장하는 영화가 있기나 했던가. 심지어 머리에 커다란 대못이 박혀 있고 몸 여기저기에는 꿰맨 자국들이 가득한 전형적인 프랑켄슈타인이었다. 2미터가 넘는 거구는 우리의 몸이 작아진 탓에 더 크게만 느껴졌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는 오르막길을 향해 냅다 뛰기 시작했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 속에서 그래도 형으로서, 아니 언니로서 아무튼 동생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은 들었다. 거구의 시체가 우리를 쉽게 쫓을 수 없도록 더 좁고 복잡한 골목으로 도망가자고 꾀를 냈다. 그 연약한 몸으로도 서로를 챙기는 형제 아니, 자매의 우애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프랑켄슈타인은 죽이기 쉽지 않다. 더군다나 이 몸으로는. 그것은 아주 빠르지는 않지만 꾸준히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지치지도 않고 우리를 쫓았다. 얼기설기 붙여 놓은 몸뚱이로 뒤뚱거리면서 잘만 거리를 좁혔다. 그에 반해 우리의 속도는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본능이 말했다. 숨어야 한다.
야속하게도 중간에 마주치는 많은 사람들은 쫓기는 우리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것 또한 인파들을 헤치면서도 오직 우리만을 쫓았다. 결국 미로 같은 골목길에서 쫓기기를 몇 시간째, 어떤 큰 빌딩 앞에 당도하게 되었다.
"저기로 가자. 경비 아저씨가 구해 주겠지."
어렸을 땐 그랬다. 경찰 다음으로 세상 가장 강한 존재는 경비 아저씨다. 그리고 모든 큰 건물에는 반드시 경비가 있다. 무려 여러 명이! 그것은 역시나 건물로 들어간 우리의 뒤를 잡으려 했다. 무심한 사람들과 달리 경비 아저씨는 그나마 친절했다. 유니폼을 잘 차려입은 한 경비 아저씨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화장실로 가 봐. 그곳이 너희를 구해 줄 거야."
이내 그것은 회전문을 부술 듯이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우리는 코너를 돌아 남자 화장실로 아, 여자 화장실이었던가. 아무튼 화장실로 들어갔다. 누워서 잠도 잘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한 곳이었다. 우리는 문이 열려 있는 화장실 칸에 들어가 숨었다. 쿵쿵거리는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졌다.
'이제 어떡하지?'
'나도 몰라. 아무 소리도 내지 마.'
그런데 현실에서는 있을 리 만무한 벽에 달린 빨간 버튼, 누가 봐도 수상한 빨간 버튼 하나.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동생이 눌러 버린 그 버튼. 변기와 함께 바닥이 뒤집어지더니 이내 우리는 1미터 아래 비밀 공간으로 떨어졌다. 거칠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고, 우리가 서 있던 바로 위 변소 칸에서는 그것의 씩씩거리는 숨소리가 났다.
잘 생각해 보자. 사방은 막혀 있고, 녀석은 우리를 아직 찾지 못했다. 경비 아저씨가 화장실로 도망치라고 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비밀 공간의 한쪽 벽에도 마찬가지로 빨간 버튼이 하나 있었다. 이번에 버튼을 누른 것은 나였다. 작은 손을 들어 버튼을 꾹 눌렀다. 그 순간이었다. 이번에는 천장이 뒤집히더니 우리는 다시 변소로 튕겨 올라갔고, 그것은 비밀 공간으로 떨어졌다. 이거였구나. 죽이지 못하면 가두는 수밖에. 건방진 시체 녀석.
화장실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아 우리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안도감과 통쾌함을 동시에 밀려왔다. 무엇보다 다행인 것은 우리가 다시 형제의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점이었다. 하... 고맙습니다. 이름 모를 꿈속의 경비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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