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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May 17. 2020

책 몇 권 들고 침대에서 뒹굴고 싶은

<침대와 책> - 정혜윤

책을 읽다 보면 문장이 아름다운 책을 만나게 된다.

때로는 문장, 문체가 전부인 소설도 만나게 된다.


어떤 책은 유려한 문장이 없어 딱히 줄을 긋지 못했지만, 번득이는 아이디어나 도끼 같은 깨달음을 선사해 주기도 하고,

어떤 책은 구조가 잘 짜여 있어 전체를 다 읽고 났을 때 기가 막히다고 감탄하게 된다.


‘지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기’라는 카피 문구처럼

이 책은 책을 읽으면서 줄을 긋고 싶은  

아름답고 관능적인 문장들을 잘 추려내어 보여준다.


아름다운 문장과 만나는 것이 독서의 전부는 분명 아니지만,

나른한 오후, 책 몇 권 들고 침대에서 뒹굴며

문장이 주는 매혹에 빠져보는 싶은 충동이 슬며시 든다.



“사물을 꿰뚫어 보는 데는 지식이 사랑만 같지 못하더라.” (토마스 아퀴나스)


“나는 사람들이 나에게 원하는 모든 것이 될 수 있었다. 그렇게 믿었다. … 여인을 아름다워 보이게 하는 것은 화장술도, 보석도 장신구도 아니란 것을 알고 있었다. 여자들 스스로가 초래한 결핍감은 내가 보기엔 항상 일종의 실수라고 생각되었다. 욕망을 외부에서 끌어오려고 해서는 안 된다.” (마르그리트 뒤라스 <연인> 중)


“내게는 수많은 나쁜 일과 몇 개의 좋은 일이 일어날 것임을 예감했습니다. 하지만 항상 그런 모든 것, 특히 나쁜 일이 장기적으로 글로 변할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행복은 다른 것으로 변환될 필요가 없으니까요. 행복은 그 자체가 목적이니까요.” (보르헤스)


이 세상엔 납득시킬 수도, 해명할 수도 없는 이야기가 아주 아주 많고 또 그 이야기만큼의 외로움이 아주 아주 많이 떠다니고 있다는 건 아닐까? 납득시키지 못하니, 이해시키지 못하니 외로운 것 아니냐고 물으면서.


모든 감정에 다 힘을 뺄 수는 없다. 보낼 풍경은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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