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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밥

스스로를 살뜰히 돌보는 마음

by 윤소희

하루 세 끼 중 가장 신경 써 준비하는 것은 아침밥이다. 편의를 위해 전날 저녁에 먹은 국이나 반찬을 데워 먹을 때도 많지만, 건강을 위해 부수적으로 챙겨 먹는 것들만은 잊지 않고 꼭 챙긴다. 그릭 요구르트에 꿀, 햄프 시드, 아마 씨, 치아 시드 같은 씨앗 종류와 하루 분의 견과류, 빨간, 노랑, 초록, 보라 등 색색의 채소와 사과 한 조각, 그리고 비타민 D와 오메가 3 같은 영양제. 마치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필요한 모든 영양분을 채우고 시작하겠다는 듯이.


이렇게 전투적으로 매일 아침을 준비하지만, 사실 결혼 전만 해도 나는 아침을 먹지 않았다. 아침을 먹는 대신 마지막 버틸 수 있는 최대의 시간까지 잠을 자다가 출근한 후 마시는 모닝커피 한 잔이 내 아침밥이었다. 배는 고프지 않았고, 그저 잠이 부족했다. 자정을 넘겨 잠자리에 들고 잠이 다 깨지 않은 몸을 일으켜 겨우 일터로 나오는데 아침부터 입맛이 있을 리가 없었다. 아침부터 밥을 욱여넣을 수 있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생각해 보니, 결혼 전 내내 아침을 먹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아침밥을 만들어 놓고 깨우는 엄마가 있었고, 그런 엄마 덕분에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다녔다. 심지어 아침부터 큼직한 스테이크 두 장쯤은 거뜬히 해치웠다는 이야기를 엄마는 지금도 종종 한다.


그러고 보니, 아침밥은 다른 어떤 끼니보다 ‘나를 살뜰히 챙겨주는 누군가의 마음’을 전제로 하는 끼니다. 이른 아침부터 나를 위해 아침상을 마련해 주는 누군가가 곁에 있지 않다면 아침밥은 거르기 쉽다. 아침에 스테이크 두 장을 해치울 수 있던 내가 혼자 살게 되자 모닝커피 한 잔으로 만족하게 된 건 내 곁에 나를 살뜰히 챙겨주는 누군가가 없었기 때문이다. 혼자 사는 이들 중에도 아침을 잘 챙겨 먹는 사람들이 물론 있는데, 잘 들여다보면 스스로를 살뜰히 챙기는 마음을 가진 이들이다.


아내로서 또 엄마로서 나는 이른 아침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식구들의 아침밥을 살뜰히 준비한다. 하지만 하루 이틀이라도 남편과 아이들이 없는 아침을 맞이하면 아침밥을 거른다. 나 스스로를 살뜰히 챙기는 마음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아침뿐 아니라 점심이든 저녁이든 돌볼 가족이 없을 때는 주방에 선 채 냉장고에서 꺼낸 남은 음식을 데우지도 않고 먹거나, 배달 음식을 비닐봉지째 놓고 먹거나, 심지어 과자 같은 것으로 대충 때우기도 했다.


스스로를 돌보지 않으면서 누군가를 사랑으로 돌본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한 허약한 나무가 가지에 주렁주렁 무거운 열매들을 달고 휘청거리고 있는 것과 같지 않을까. 하루쯤은 나 자신을 위해 아침밥을 살뜰히 챙겨주고 싶다. 식구들을 향한 사랑과 정성 그대로 아침을 준비하고 그 아침밥을 내게 먹여주고 싶다. 뿌리가 땅속 깊숙이 뻗어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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