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보다 더 외롭고 쓸쓸한 추석
식구들과 친척들이 모여 집안이 북적거리고, 여자들이 모여 앉아 전을 부치고 각종 음식 냄새로 진동하던 명절 풍경. 어렸을 때 이후로는 단 한 번도 본 적 없다. 결혼한 후 계속 중국에 살았고, 뵌 적 없는 시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직전 집안의 제사를 모두 없애주셨기 때문이다.
그래도 추석이 오면, 각종 전이나 잡채, 나물, 탕국 같은 음식을 (만들든 사든) 준비했고, 거기에 중국인들의 ‘중추절’ 음식인 ‘위에빙(月饼)*’을 곁들였다. 네 식구가 모여 제법 조촐한 명절 분위기를 내곤 했다.
올해는 나물 한 점 준비하지 않았다.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정확히 언제가 추석인지도 제대로 모르다 추석을 맞았다. 겨우 네 식구인데, 명절에 넷이 한 자리에 모이지 못하다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해야 하는데… 어쩐지 평일보다 더 외롭고 쓸쓸하기만 하다.
명절 음식 대신 떡볶이를 했다. 며칠 전부터 아이가 노래를 부르며 주문했던 ‘안 매운 떡볶이’를. 매운 걸 먹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고추장이나 고춧가루는 일절 넣지 않았다. 대신 간장, 올리고당, 피넛버터를 넣어 고소하고 달콤한 맛을 내고, 케첩으로 비슷한 색감을 낸다. 어묵과 닭가슴살, 양배추와 파도 듬뿍 넣어 영양도 고려했다. 아이들이 세상에 없을 ‘희한한’ 떡볶이를 맛있다고 싹싹 비워내니, 나름 명절 분위기가 난다.
추석 연휴, 허리도 못 펴고 전을 부치고 있을 ‘며느리’들이나, 식구들과 모이지 못하고 홀로 명절을 보낼 이들이나 모두 평안하고 조금이라도 행복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평소보다 더 힘들고 괴롭고 외롭기만 하다면 명절을 이어가는 의미가 없지 않을까.
상상력이 필요한 명절 연휴, 남은 기간을 아이들과 어떻게 즐겁게 지낼지 고민을 좀 해야겠다.
*위에빙(月饼): 밀가루와 라드, 설탕, 달걀 등을 섞어 만든 피에 각종 견과류 등의 소를 넣은 후 조각된 나무틀에 넣어 모양을 잡아서 구워낸 중국의 빙(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