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나게 맵고 더럽게 끈적거리는 수프
‘불행’이라는 눈물 나게 맵고 더럽게 끈적거리는 수프
가끔은 먹기 싫어도 먹어야 건강에 좋은 음식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드릴 ‘불행’이라는 눈물 나게 맵고 더럽게 끈적거리는 수프는 먹자마자 즉각적으로 건강을 증진시키는 음식은 아니지만, 일단 한 번 먹어두면 예방주사를 맞듯 다양한 인생의 역경에서 당신을 보호해 줄 것입니다. 처음에는 맛이 없어서 '퉤'하고 뱉어 버리고 싶겠지만 이 수프는 이름처럼 더럽게 끈적거리고 걸쭉해서 그렇게 쉽게 뱉어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게다가 묘한 매력이 있어 처음에는 싫다고 밀어내던 사람들도 은근히 중독되어 계속 불행이라는 눈물 나게 맵고 더럽게 끈적거리는 수프를 찾게 되는데, 당신도 예외는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중독이 그렇듯 이 수프에 중독되면 불행이라는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끝없이 가라앉을 수 있으니, 너무 자주 드시지는 마십시오. 그리고 한 번 드실 때도 적당한 양을 꼭 지켜 드시고 과식하지 않기를 권합니다.
재료:
속이 텅 빈 큰 공허 한 개.
몰캉몰캉한 불안 한 주먹 분량
열등감, 자학, 수치심 한 컵씩.
특별히 매운맛 사람들의 시선 가루
톡 쏘는 수군거림 가루
차갑게 얼린 냉랭한 표정 조각 한 컵
만드는 법:
1. 먼저 속이 텅 빈 큰 공허를 잘 씻어서 절대 뽀송뽀송하게 말리지 않고 눅눅한 상태로 오래 둔다. 어둡고 칙칙한 곳에 오래 혼자 두면 둘수록 더럽게 끈적거리고 걸쭉한 질감과 향이 잘 표현된다.
2. 몰캉몰캉한 불안 한 주먹을 오래 둔 공허 안에 집어넣는데, 미끌거리기에 손에서 잘 빠져나가니 두 손을 사용해 잘 담고 언제 또 요리조리 피해 도망갈지 모르니 잠시 뚜껑으로 덮어 놓는 게 좋다.
3. 열등감, 자학, 수치심은 모두 잘게 썰어서 한 컵 분량씩 준비해 커다란 볼에 넣고 잘 섞어 준다. 이때 주의할 것은 칼집이 많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맵고 톡 쏘는 쓰라린 맛이 잘 벨 수 있으니 칼질을 최대한 많이 해준다. 거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도록 잘게 다지는 것이 좋다.
4. 잘 섞인 3을 뚜껑을 연 공허 안에 넣고 잘 뒤섞는다. 이때 불안이 튀어나가지 않도록 주의한다.
5. 특별히 매운맛 사람들의 시선 가루와 톡 쏘는 수군거림 가루를 4에 취향껏 뿌린다. 마지막으로 차갑게 얼린 냉랭한 표정 조각 한 컵을 공허 안에 넣고 뚜껑을 덮는다.
6. 차갑게 얼린 냉랭한 표정 조각들이 다 녹을 때까지 뜨거운 불에 끓인다. 이미 열등감, 자학, 수치심을 잘게 다져놓았기에 그리 오래 끓이지 않아도 곧 눈물 나게 맵고 더럽게 끈적거리는 수프가 완성된다.
주의:
절대 1인분 이상 과식하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다른 사람에게 대접할 때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서프라이즈로 대접하면 맛의 효과가 극대화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