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마음 홀리는 약속 따위 하지 않는다
희끄무레하게 가루눈이 좀 뿌리다 말겠지. 베이징에 오래 산 사람이라면 눈에 대한 기대가 없다. 첫눈이 오면 만나기로 약속한 사람은 결국 만나지 못했다.
첫눈이 내리던 날,
대신 만난 이들과 희미한 불빛 아래 소곤거리며 조용히 웃었다.
그 사이 눈은 소리 없이 날리고 가만히 쌓여갔다.
뽀드득뽀드득 눈을 밟으며 돌아가는 길,
첫눈 오는 날 꼭 만나자고 약속했던 사람은 가루눈처럼 사라졌지만
정작 눈은 마음 홀리는 약속 따위 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가만 내려와 내 어깨를 덮어줄 뿐.
(베이징은 어제 첫눈이 내렸어요. 쌓이지는 않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