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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Mar 21. 2021

시를 필사하는 밤

'책 읽어 주는 작가 윤소희' 라방 #4


시를 그냥 읽는 것도 어려운데 필사라니. 게다가 시와 소설은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요?


'책 읽어 주는 작가 윤소희' 라방 #4에서는 시를 필사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과 그 주인공이 필사하는 시집 3권을 소개했어요.


소설: 김이설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시집: 유계영 <이런 얘기는 좀 어지러운가>, 박소란 <심장에 가까운 말>, 이제니 <그리하여 흘려 쓴 것들>

김이설 소설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과 그 주인공이 필사하는 시집 3권


라방 #3에서 도무지 개인이 피할 수 없는 구조적인 폭력과 부조리 아래 고통받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소설을 소개했는데, 이번에 소개한 소설은 아주 평범하지만 숨 막히고 진저리 나는 삶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라방 #3에서 소개한 소설이 궁금하면)

https://brunch.co.kr/@yoonsohee0316/589


조그만 빌라 한 채에 나이 든 부모, 그리고 제부의 폭력 때문에 어린 두 아이를 데리고 이혼하고 나온 여동생과 함께 사는 ‘노처녀.’ 동생은 하루 종일 여섯 식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일을 하고, 변변한 직장도 없는 주인공은 자연스럽게 집안일을 맡고 어린 조카 둘을 키웁니다. 


주인공은 시를 쓰고 싶다는 꿈이 있지만, 조카를 키우고 집안일에 치이다 보면 시를 쓰기는커녕 시를 필사할 시간마저 제대로 확보하기 힘들죠. 보편의 시각에서 보면 효율적인 역할 분담으로 보입니다. 거기서 혼자 빠져나가 시를 쓰고 싶다고 말하는 건 오히려 철없고 이기적으로 보이기도 하죠.


어쩔 수 없이 떠맡게 된 육아와 집안일. 주인공에게 시를 필사하는 건 그런 늪 같은 상황 속에서 자신의 언어를 지키려는 몸부림 같은 것이었어요. '온전히 자신에게 몰입하는 밤을 획득하기 위한 필사’였던 거죠.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면 인스타그램:mistydio 녹화 영상을 보세요.

https://www.instagram.com/tv/CMpAlzXl4gO/?igshid=bx2bub575va3


자신의 언어를 갖는다는 건 자신의 존엄을 지키는 데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믿어요.

혹시 내 언어를 잃어버리고 있다고 여겨진다면, 오늘 밤 시 한 편 필사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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