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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Apr 19. 2021

행복은 어쩌면 아주 작고 동글동글한 토마토 같은

놓치고있을지모르는 작은 기쁨에 대해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토마토를 구했다. 큰 토마토는 뱉어내고 작고 동글동글한 방울토마토만 고집하는 아이들을 위해 토마토를 찾다가 맞춤한 걸 찾았다. 크기는 엄지손톱만큼 작은데 보통 방울토마토보다 더 달콤하다. 큰 그릇에 물을 가득 담고 방울토마토를 담갔다. 물속에 손을 넣으니 탱글탱글한 토마토들이 미꾸라지처럼 도망간다. 한동안 두 손이 토마토들 사이를 헤집으며 물고기처럼 헤엄쳤다. 채소나 과일을 씻는 평범한 집안일이 어느 순간 물놀이가 되었다.  


언젠가 아이들과 함께 텃밭에서 방울토마토를 따던 일이 떠올랐다. 샛노랗게 익은 방울토마토는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를 놓듯 ‘툭' 튕겨지며 손바닥으로 떨어지곤 했다. 그 순간 짙은 생명의 향기가 손안 가득 함께 담겼다. 흐르는 물에 손을 여러 번 씻어낸 후에도 그 짙은 향기는 오랫동안 남아있던 게 기억난다. 그 작은 마당에는 대추나무도 있었다. 나뭇가지에 제법 달려 있던 대추들 중 통통하게 살이 오른 녀석들을 골라 담았다. 이미 자줏빛으로 익어버린 대추 몇 알에는 이미 새들이 쪼아 먹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마당 한 귀퉁이에는 머스터드, 루꼴라, 로메인 레티스, 비트, 로즈 잎, 바질 등 샐러드 채소들이 마구 섞여 자라고 있었는데, 연한 어린잎이 맛있다고 많이 자라지도 않은 녀석들을 잘라내는데도 하루가 멀다 하고 다시 자라나는 걸 보고 신기해했던 기억이 있다. 온 가족이 싱싱한 샐러드를 실컷 먹기에 필요한 땅이 그리 넓지 않은 것에 놀랐고, 들이는 노력 역시 그리 크지 않은 것에 놀랐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크고 거대한 뭔가를 쫓느라 손에 쥐고 있던 작은 기쁨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한 줌의 땅과 햇빛, 매일매일의 짧은 노동, 아이처럼 매 순간 ‘놀 수 있는’ 마음과 웃음.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건 이 정도면 충분한데… 크지 않고 한 입에 쏙 들어가는 작고 동글동글한 방울토마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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