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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함께라면 나는 나를 좀 더 좋아할 수 있을 것이다

드디어 남편이 돌아온다

by 윤소희

지난가을 그가 떠난 후, 그가 벗어둔 옷을 세탁기에 넣지 않고 잘 개어 머리맡에 두었다. 그의 얼굴을 보고 목소리는 들을 수 있어도 더 이상 체취와 온기는 느낄 수 없을 테니...


그가 떠난 후, 가끔은 내 옷 대신 그의 옷을 입기도 했다. 옷이 헐렁하게 커서 우스꽝스러웠지만, 그 대신 나를 안아주는 기분이 들어 옷깃과 옷자락을 가만히 쓸어보기도 했다.


그가 떠난 날이 아득히 멀게만 느껴진다. 누군가는 겨우 100여 일일 뿐이잖아 할 수 있겠지만, 시간 체감의 모순이랄까.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가는 하루하루와 후딱 사라지는 매주, 앓아누워 있느라 통째라 사라진 연말연시. 분명 점점 빨라지는 세월의 속도를 느끼고 있었는데, 그와 떨어져 홀로 있다는 걸 체감하는 시간만큼은 뜨거운 피자 위의 모차렐라 치즈처럼 죽죽 늘어나기만 했다.


그가 떠난 후, 내 책상과 의자 대신 사용했던 그의 자리를 정돈한다. 그의 책상에 앉아 책을 보거나 글을 쓰면 가끔은 어깨 위에 닿는 따스한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눈에 보였을 책장 한 귀퉁이와 내 자리에서 뭔가에 열중하고 있는 내 뒷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그가 떠난 후, 그와 몸은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대신 마음을 포개려고 애썼다. 그의 체취를 맡거나 온기를 느끼는 건 분명 불가능한 일이었음에도, 마음이 온전히 포개어질 때 어쩐지 그 모든 일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닌 듯했다.


이제 몇 시간 후면 그가 돌아온다. 정확히 몇 시간 후일지 알 수 없지만, 22일간의 격리가 해제되면 그는 집으로 돌아올 것이다. 더 이상 상상이 아니라 체온이 있는 살을 맞대고 안아볼 수 있다는 사실이 어쩐지 믿기지 않는다.


그가 돌아오면, 나는 나를 좀 더 다정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겠지. 차갑게 스스로를 나무라는 말 대신 따스한 격려를 건네기도 하면서. 그가 나를 다정하게 바라보고, 내게 따스한 위로를 건넬 테니까.


어쩌면 내가 가장 그리워한 건 그가 내게 건네주는 말과 시선이었을지 모른다. 내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말과 시선보다 훨씬 부드럽고 애정이 담긴. 드디어 그가 돌아온다. 그와 함께라면 나는 나를 좀 더 좋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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