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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May 03. 2020

내가 자살하면 아내까지 죽이는 일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 줄리언 반스

아내만을 지극히 사랑하는 남자… 아름답고 섹시하다.


뇌종양 판정을 받고 겨우 37일 만에 죽은 아내.

평생 사랑했던 아내의 갑작스러운 죽음 후, 침묵했던 줄리언 반스가 4년 만에 아내에 대해 입을 연다.


그렇게 사라진 빈자리는 애초에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의 총합보다 크다.


그의 소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가 결말에 가서 충격을 안겨 준다면,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원제: Levels of Life)>는 첫 장부터 충격을 준다.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고 비탄에 빠진 작가의 에세이에서 독자가 예상하는 모든 것을 완전히 벗어난 새로운 방식으로 Levels of Life를 보여주고 있으니.


줄리언 반스와 그 아내


“나중에 자신의 묘비명에 어떤 글을 새기고 싶으세요?”

“평생 한 여자만을 사랑했노라.”


농담처럼 마무리를 해서 함께 있던 사람들과 다 같이 웃으며 남편의 뜬금없는 대답은 그렇게 수습되었지만,

난 얼굴이 달아오르고 가슴이 몹시 두근거렸다.

농담으로라도 애정 표현을 잘하지 못하는 그의 말은 어쩌면 진심이었을지 모른다. 




이제껏 하나인 적이 없었던 두 가지를 하나로 합쳐보라. 그러면 세상은 변한다. 사람들이 그 순간을 미처 깨닫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럼에도 세상은 달라졌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자연은 너무나 정확해서 정확히 그럴 가치가 있을 만큼의 고통을 안겨준다는 거예요.


내가 무엇을 하건, 무엇을 하지 않건 모든 면에서 아내가 그립다.


내가 자살을 할 수 없는 이유 … 내가 자살하면 나 자신만이 아니라 아내까지 죽이는 일이 되기 때문이었다. 욕조의 물이 붉게 변하면서 그녀에 대한 나의 빛나는 기억들이 희미해져 갈 때, 그녀는 두 번째로 죽게 될 것이다.


누군가가 죽었다는 사실은 그들이 살아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할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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