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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Aug 19. 2023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훔치고 싶은 시어들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미래가 빛나서

고명재의 시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일부



고명재 -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상하이에서 서울 오는 비행기 안에서 고명재 시인의 시집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을 읽었다.

두 번째 읽는 건데, 다시 읽으니 더 좋다.




늙은 엄마는 찜통 속에 삼겹살을 넣고 월계수 잎을 골고루 흩뿌려둔다 저녁이 오면 찜통을 열고 들여다본다 다 됐네 칼을 닦고 도마를 펼치고 김이 나는 고기를 조용히 쥔다 색을 다 뺀 무지개를 툭툭 썰어서 간장에 찍은 뒤 씹어 삼킨다 죽은 사람에 관해서는 입을 다물 것, 입속에서 일곱 색이 번들거린다

고명재의 시 '수육' 전문



마침 전날 상하이에서는 한바탕 폭우가 쏟아졌다. 학교 기물이 파손되고 천둥번개가 내리치니 아이들은 점심을 굶었다고 한다. 교내에서 카페테리아로 이동하는 것도 위험한 상황이었다. 


늦은 오후, 거짓말처럼 날이 개고 말간 하늘은 무지개를 드리웠다. 

잿빛으로 덮이고 흐물흐물해진 하늘과 땅에 색을 입혔다.



2023.8.17. 한바탕 폭우 후 무지개가 뜬 상하이 (사진: 유묘)




흐물흐물해진 죽은 돼지의 살 덩어리에서 '색을 다 뺀 무지개'를 발견하는 시인의 눈.

수육을 툭툭 썰듯이 힘을 빼면 이런 시어가 나올까? 쉽게 가닿을 수 없어 절망하면서도, 그래서 더 애틋하게 좋은 이 감정을 박연준 시인은 이렇게 표현했다.


뱃속에 고아원을 들인 것처럼 속이 휑하고 울렁이는 기분. 
그런데 벅찬 기분. 너무 슬퍼서 좋은 기분.
-박연준


이러니 자신의 언어를 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우리로서는 시를 읽고 필사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


<세상에 하나뿐인 북 매칭> - 윤소희



3년 만에 새로운 기분으로 프로필 사진도 다시 찍었다. 영풍문고와 교보문고에 6년 만에 다시 설 생각을 하니 설렌다. 수없이 다양한 공간에서 북토크를 할 수 있지만, 영풍문고와 교보문고에 설 때 작가로서 뭉클하지 않을 수 없는 듯하다.



윤소희 작가 북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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