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아끼지 말자

[30+ 그림일기]

by yoong

근검절약. 우리나라에서 초등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꽤 익숙할 거라 생각한다. 안 그래도 작은 땅덩이에 국토의 70%가 산악지대인 나라니까, 자원은 아껴 쓰고 능력 좋은 인재를 키워야 세계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


그래서 무엇이든 펑펑 써도 좋다, 아끼지 말라는 말은 어쩐지 어색하다. 실행에 옮기기도 전에 미리 주눅 들고 만다. 자연스럽게 특별히 더 좋고, 소중한 것일수록 꽁꽁 쌓아두고 아끼는 게 미덕처럼 되어버렸다. 그 부작용은, 여러 모양이 함께 들어 있는 스티커를 사놓고 정작 가장 마음에 드는 스티커는 몇 년째 묵혀두고 쓰지 못한다거나 하는 일.


나이가 들고 사람을 만나는 범위가 넓어지면서 예의 차릴 일이 늘었다. 남 눈치 볼 일이 늘었다는 얘기다. 이런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역시 절약정신이 필요하다. 감정, 그리고 표현의 절약. 모든 상황에 감정을 이입하는 대신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쿨하게 넘어가는 게 어른이니까. 또, 감정을 그때그때 말로 표현해버리면 그 소중한 표현이 '흔한 말'로 전락할 것 같아서. 그렇게 나도 입 무거운 어른이 되었다.

하지만 정말 '미덕'일까. 모두가 입을 다물면 말은 누가 하지. 표현은 누가 하지. 아무리 전하려 해도 입을 열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는 게 얼마나 많은데.


거꾸로 생각해보니 나는 칭찬에, 애정 표현에 약하다. 칭찬받는 게 좋아서 힘에 조금 부치는 일도 꾸역꾸역 해낸다. 칭찬 한 마디면 스륵 녹는다. 칭찬과 표현의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런데 문득 돌아보니 내가 입을 꾹 다물고 있다. 나쁜 말을 안 하겠다고 해놓고, 좋은 말도 안 하는 어른.


물론 아무 말 없이 등만 맞대고 있어도 따뜻한 사이, 좋다. 하지만 그런 관계에도 예쁜 말은 필요하다. 아직 사람 사이의 텔레파시보다는 진심이 담긴 말 한 마디의 힘이 훨씬 크다. 설령 100% 진심이 아니라고 해도 괜찮다. 좋은 말, 예쁜 말, 사랑한다는 말은 듣는 사람을 봄볕 아래로 이끈다. 듣다 보면 좋아지고, 예뻐지고, 사랑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적어도 좋은 말, 예쁜 말, 사랑한다는 말은 아끼지 말자. 아무리 해도 흔한 말로 들리지 않을 테니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