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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라오에서 라오스 한 잔?

비엔티안 나이트 푸드 마켓에서

by 트래볼러

한국으로 돌아가기 6시간 전. 공항에 늦어도 2~3시간 전에 미리 가있는다고 하면 실질적으로 남은 여행 시간은 3~4시간 정도였다. 거창하게 뭘 하기에도 애매하고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기다리기에도 긴 시간. 이럴 때는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며 이것저것 구경하거나, 분위기 좋은 카페나 펍에 정착해 커피든 맥주든 홀짝 거리며 입털면서 사람구경하는 게 제일이다. 그래서 우린 라오스 여행의 마지막 일정으로 비엔티안 여행자거리를 택했다. 마침 도가니 국숫집에서 저녁을 먹고 나오니 하늘은 온전히 까매졌고 거리는 화려한 조명들로 수 놓여 있었다.

비엔티안 여행자거리의 밤
낮보다 활기찬 밤거리

여행자거리를 걷다가 유난히 빛이 밝은 곳이 있어 가보니 야시장이 열려있었다. 비엔티안 먹거리 야시장(Vientiane Night Food Market). 물건 파는 야시장이 아니라 각종 길거리 음식들이 모여있는 먹야시장이다. 첫날 비엔티안에 왔을 때는 너무 늦은 자정이라 못 봤고, 이튿날에는 아침 먹고 점심때 방비엥으로 떠났기에 못 봤었는데 럭키비키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동남아의 야시장이라 하면 온갖 음식 냄새가 콧속을 파고들고, 북적거리는 사람들로 세계 각국의 온갖 언어가 귓속으로 파고드는, 일명 도떼기시장 같은 분위기를 기대하곤 한다. 하지만 방비엥에서 경험했던 야시장은 도떼기시장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워 야시장만 놓고 본다면 다소 실망스러웠는데 비엔티안 먹야시장이 이를 제대로 설욕했다.

비엔티안 나이트 푸드 마켓 (Vientiane Night Food Market)

먹야시장에는 단순히 간편하게 바로 먹을 수 있는 길거리 음식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과일도 있고, 말리고 삭힌 식재료들을 팔기도 했다. 굽고, 지지고, 볶고, 튀기고, 찌고, 가게마다 자신들의 주식재료를 가지고 다양한 조리법을 활용해 요리를 선보였다. 개중에 몇몇 가게들은 도전적인 식재료를 사용하기도 했다. 가장 충격이었던 식재료는 악어. 구운 악어고기를 파는 것 같았다. 악어고기는 무슨 맛일지 궁금했으나 입을 쩍! 벌리고 있는 악어를 보자 악어고기에 대한 호기심과 식욕이 싹 사라져 버렸다.

걸어서 야시장 속으로
모름지기 음식은 갓 했을 때 먹어야 제맛! 안쪽에도 테이블이 있어 바로 먹을 수가 있다
앜! 어. 비주얼은 맛있을 것 같긴한데...

야시장 옆 펍에서는 야시장에서 구매한 음식을 가지고 가서 맥주와 함께 먹을 수 있었다. 전석이 테라스라 을지로 노가리 골목의 라오스 버전 같았다. 우리는 꼬치구이를 사서 이리로 오라는 한 아주머니의 애타는 부름에 응답했다. 맥주는 당연히 비어라오로 대동단결. 요즘 편의점에만 가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온갖 맥주를 다 맛볼 수 있는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비어라오만은 3대 편의점 모두 없기에 라오스를 떠나기 전 실컷 마셔둘 작정이었다. 비어라오 오리지널, 화이트, 다크, IPA, 프리미엄 에디션이라는 그린까지, 각자 취향에 따라 주문완료. 눈앞에 꼬치구이를 두고 비어라오를 기다리니 갑자기 허기가 돌기 시작했다. 도가니국수로 거하게 저녁만찬을 먹은 지, 심지어 비어라오로 제조한 소맥을 한 잔 걸친 지 불과 한 시간도 채 안 지났다는 건 안 비밀^^;; 원래 디저트 배가 따로 있듯 맥주배도 따로 있는 법이다.

야시장 옆 테라스 펍
비엔티안 나이트 푸드 마켓 바이브
여기는 라오스 비엔티안 노가리 골목!?
여러분의 원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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