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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지도 말고 뛰지도 말라. ‘누구보다 빠른 다리’

내 몸이 3개였으면 좋겠다 싶어도 빠른 걸음으로!

by 윤모닝










Day 근무번 간호사의 하루.





오전 6시 30분.

병동에 출근하자마자 전산으로 출근 등록을 한 뒤, 자신이 맡은 환자의 차트를 열어보며 환자 파악을 한다. 차가운 아이스커피를 한 모금 두 모금 마시면서 잠도 깨고 눈을 비비면서 자신의 환자가 처음 병원에 오게 된 경위, 환자의 기저질환, 환자에게 이루어지고 있는 치료의 경과, 혈액검사 및 영상검사 결과, 의사의 처방, 간호사의 차팅 등.. 여러 가지 데이터들로 환자 한 명 한 명을 꼼꼼하게 파악한다. 그런 다음, Night 근무번에게 환자 차트를 열어보며 궁금했던 점들을 묻고 중요한 부분을 인수인계받는다.



오전 7시.

Day 근무번 간호사들이 모여 병동에 대한 전체인계를 시작한다. 어제 입원한 사람은 몇 명이며, 퇴원은 몇 명이 진행되었고 전과나 전실은 몇 명이 왔는지, 수술은 몇 명이었는지, 중요한 시술을 시행한 사람은 몇 명이었는지를 나눈 다음, 병동에 꼭 해야 할 공지사항이나 간호부에서 내려온 공지사항을 인계한다.






오전 7시 30분.

환자들이 아침식사를 마치면 아침 라운딩을 돌며 환자의 혈압, 맥박, 체온, 산소포화도를 측정한 뒤 전반적인 환자 상태를 사정하고 이상은 없는지, 수액이나 약물들은 잘 투여되고 있는지 한 명 한 명 확인한 뒤 아침식후 약을 돌린다. 그렇게 10명가량의 환자를 살피고 관찰한다. 그 사이 혈액검사 결과가 이상하니 다시 재채혈을 해달라고 하는 진단검사실의 전화들이 울리고 아직 라운딩을 다 돌지 못했지만, 오늘 검사가 예약되어 있는 환자들을 한 명씩 부르는 각종 검사실의 전화들이 오기 시작한다.




오전 8시.

아침 라운딩이 거의 끝나갈 때쯤 담당의와 주치의들이 자신의 환자들의 상태를 보러 몰려온다. 그럼 간호사는 의자에 앉기도 전에 의사들을 따라다니며 이 환자의 상태는 어땠고 저 환자의 상태는 어땠고 일일이 설명하며 오늘 혈액검사에서 이상한 점들이나 의사가 해결해줘야 할 일들을 Notify 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의사들이 한바탕 환자들을 보고 나면 간호사는 아침 라운딩 시 살폈던 환자의 상태에 대해 전산으로 기록을 남기기 위해 의자에 앉는데.. 컴퓨터에 앉자마자 환자마다 새로 추가된 추가처방들과 협진 답변들이 눈에 들어오고 하나하나 처방을 받고 추가된 처방을 정리하고 약물을 신청하고 환자에게 투여하느라 앉을 틈 없이 바쁘게 움직인다.


그 사이에 자신의 환자를 찾는 검사실의 전화와 환자의 콜벨,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의사들의 회진이 중간중간에 발목을 붙잡는다. 그러다가 수술실로 환자를 보내달라는 콜을 받는다. 환자에게 수술실을 가야 한다고 설명하고 Vital sign을 체크하고 준비사항들을 꼼꼼히 확인한다. 그런 다음, 환자를 스트레쳐카에 눕힌 뒤 이송기사와 보호자와 함께 수술실로 보낸다.



오전 9시.

이제 좀 정신을 차리고 환자의 상태를 차팅(전산에 기록으로 남기는 일)으로 남기려고 의자에 앉았는데, 아직도 추가처방이 남아있다. 중요한 처방들만 골라서 받고 발 빠르게 간호사실과 병실을 오가며 처방된 약물들을 환자에게 투여하고 필요한 검사도 하고 왔다 갔다 한다.


땀도 닦아가며, 한숨도 쉬어가며 하나하나 해결하고 있는데, 심혈관센터에서 우리 환자가 검사할 차례라고 내려달라고 전화가 온다. 부랴부랴 환자를 준비시켜 스트레쳐카에 눕히고 챙겨야 할 약물과 함께 시술실로 보낸다.




오전 10시.

이제 정말 정신을 차리고 앉아서 차팅을 한다. 그 와중에도 퇴원환자 때문에 보험심사실에서 오는 전화, 다른 병동에서 환자 전동과 관련된 전화, 외래 또는 당일 수술병실에서 환자의 입원을 받아줄 수 있냐고 문의하는 전화, 파트장님을 찾는 전화, 각종 검사실에서 문의하는 전화로 간호사실에는 쉴 새 없이 전화벨이 울려서 전화를 받으면서 시선은 컴퓨터를 향한 채 열심히 차팅을 남긴다. 그리고 그런 전화들을 받아가면서 혈액검사 및 심전도 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abnormal 한 수치들은 담당의에게 Notify 한다.


그 사이 심장검사를 마친 첫 번째 환자가 병실로 돌아왔다. Vital sign을 체크한 뒤 환자의 시술부위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한 후, 환자와 보호자에게 검사 후 주의사항에 대해 설명한다. 그런 뒤 혈액검사와 심전도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한다. 그런 사이 두 번째로 심장검사를 진행할 환자를 내려보내달라는 전화를 받고 준비사항을 확인한 뒤, 환자를 심혈관센터로 보낸다.



그렇게 할 일을 쳐내고 있는데 10시 30분에 예정되어 있던 환자의 골수검사를 지금 앞당겨서 하려고 하는데 가능하냐고 검사실에서 연락이 온다. 가능하다고 한 뒤, 환자를 침대채로 간호사실 옆 시술실로 빼서 골수검사를 위한 준비를 한다. 검사를 시행할 담당의가 온다. 환자 옆에서 Vital sign을 체크하며 골수검사 보조를 한다.


한참 담당의의 검사를 돕고 있는데 한 동료가 우리 파트 환자 중에 1명이 혈변을 본다고 말해준다. 그리고 또 다른 환자는 헤모글로빈 수치가 떨어져 적혈구 수혈 2팩이 처방 났다고 알려준다. 그렇게 20분이 지나고 골수 검사를 마친 뒤 수면제로 수면을 취하고 있던 환자를 깨워서 상태를 확인한 뒤 골수검사 후 주의사항에 대해 설명한다.





오전 11시.

좀 전의 골수 검사 도중 다른 동료들이 알려준 사실을 직접 환자에게 확인하러 간다. 환자의 변 상태를 확인한 뒤 담당의에게 notify 한다. 그리고는 수혈 처방이 난 환자에게 가서 금일 혈액검사 결과와 수혈할 예정임을 설명한다. 혈액이 준비될 때까지 그동안 마무리 하지 못한 일들을 한다.


그런 사이 이송기사가 심장 검사를 마친 환자를 눕는 차에 태워 병실로 데려온다. 환자에게 가서 Vital sign을 측정한 뒤 검사 후 주의사항을 설명하고 혈액검사와 심전도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한다. 간호사실에 콜벨이 울린다. 오늘 항암치료를 받기로 되어있던 환자가 항암을 하루 미뤘으면 좋겠다고 한다. 담당의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담당의는 회진 후 결정할 테니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한다.



오후 12시.

밥을 먹을 여유가 없다. 점심식후 약이 도착했기 때문이다. 열심히 약봉투에서 약을 꺼내 환자들마다 정리한 뒤, 점심 식후 약 리스트와 비교하여 약이 제대로 왔는지 확인한다. 약봉투를 정리하는 와중에도 병동에 오는 전화들과 콜벨들의 요청을 확인하고 해결하며 약을 정리한다. 그런 다음, 오후에 투여해야 할 항생제와 진통제 주사들을 조제하기 시작한다. 그러는 사이 오전에 수술을 들어갔던 환자가 돌아온다. 환자의 의식과 Vital sign, 수술 이후 배액관과 부착물의 상태를 확인한다. 이후 좀 여유가 생기면 점심식후 약을 환자들에게 나누어준다.



오후 1시.

환자가 통증을 호소하여 진통제를 투여해주고 싶은데 담당의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10분이 지나고 다시 전화를 건다. 담당의는 전화를 받았지만 수술실이라 급한 용건이 아니면 전화를 끊어라고 한다. 환자는 통증을 계속해서 호소하고 있다. 나는 담당의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진통제 투여를 컨펌받고 환자에게 투여한다.


콜벨이 울린다. 항암을 안 하겠다고 했던 환자가 다시 항암을 하겠다고 한다. 잠시 홀드 해뒀던 항암제 처방과 항암스케줄을 확인한 뒤 항암 Regimen(항암약물들이 투여되야 할 순번과 시간당 들어갈 용량을 계산하는 작업)을 짠다. 항암조제실에 전화해서 항암이 언제 조제되는지 확인한 뒤 환자에게 항암약물이 올라오는 시간과 예정 시작시간을 설명한다.


그러는 사이 수혈이 준비되었다는 알림이 뜬다. 적혈구 수혈예정인 환자의 Vital sign을 측정한 뒤, 보조 지원인력에게 혈액을 가져와달라고 부탁한다. 가져온 혈액을 환자의 정보와 대조한 뒤, 수혈을 시작한다. 그런 뒤 우리 파트로 마지막 라운딩을 돌며 환자 상태를 한번 더 확인한다.







오후 2시.

이브닝 근무번이 출근했다. 이브닝 근무번에게 인수인계를 한 뒤 정리되지 못한 일들을 마무리한다. 콜벨이 온다. 항암 약물을 투여하기 전에 부작용을 완화시키는 약물들이 다 들어갔는데 항암약물은 도대체 언제 다냐고 컴플레인이 들어왔다. 환자에게 항암약물은 3시 반에 조제될 예정이라고 한 번 더 설명한다.


그러는 사이 맞은편에 수술하고 왔던 환자가 춥다고 램프를 달라고 한지가 언젠데 왜 아직도 안주냐고 화를 내고 있다. 요청을 받은 다른 간호사가 뛰어들어와 환자에게 램프를 가져다줄 테니 잠시 기다려달라고 한다.


갑자기 예정에도 없던 환자가 퇴원처방이 났다. 환자에게 이 사실을 알린 뒤 급하게 환자의 차트를 정리하여 퇴원 수속을 밟을 수 있도록 준비한다. 정신없이 일을 마무리하고 있는데 콜벨이 온다. 환자가 진통제를 원한다. 보조인력에게 약제부에 마약성 진통제를 가져와달라고 부탁한 뒤 가져온 약을 조제하여 환자에게 투여한다. 환자가 질문을 한다. 자신의 코에 꼽아놓고 있는 배액관을 언제 뽑을 수 있는지. 담당의에게 환자를 직접 보고 그 질문에 설명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런 뒤 마무리 하지 못한 일들을 차근차근 정리해 간다.



오후 3시.

전투적인 데이 근무를 마치고 피곤한 몸과 주린 배를 이끌고 퇴근한다.. 후아…




머리도 산발, 몸도 마음도 산발 ..ㅎㅎ 퇴근 전 너무 배가 고파서 남은 과자라도 먹고 퇴근한다.




이렇게 간호사의 하루는 이렇게 글로 담기 어려울 정도로 매 순간이 바쁘고 할 일들이 넘쳐난다. 너무 바쁜 순간에는 차라리 몸이 3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순간에도 간호사는 뛰면 안 된다. 왜냐하면 뛰는 순간 직원에게도, 환자에게도 위험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간호사가 뛰어다니게 되면 안 그래도 긴장감이 맴도는 병원인데 응급상황이라고 생각해서 괜히 주변에 불안감을 전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호사는 뛰어서도 안되고 걸어서도 안 되는 그런 아이러니한 걸음으로 쫓기는 시간에 대응한다. 환자에게 한 번이라도 더 친절하게, 더 잘해주고 싶은데 매번 이렇게 시간에 쫓기다 보니 눈을 제대로 마주치고 대화하는 게 여간 쉽지 않다는 게 너무 안타까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오늘도 바쁘게 쏘다니며 고된 일을 해낸 나의 두 다리에게 너무나도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내 몸이 3개였으면 좋겠어!





심장내과 병동은 심장질환 특성상 응급상황이 많고 실시간으로 심전도 모니터링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침상 수가 제한되어있는 준중환자실에 있다가도 더 중하고 응급한 환자가 입원해야하면 상대적으로 모니터링이 더이상 필요하지 않은 환자들은 전실을 가야한다. 뿐만 아니라 중환자실에서 일반병동으로 가야하되, 모니터링을 집중적으로 요하는 환자들이 오는 경우 준중환자실에 입실하게 된다.

(* 우리병동은 준중환자실이 심장내과 병동 내에 있고 4-12명의 환자들을 받고 있다.)


또한 심장관련 검사만 하고 경과관찰할 예정이었던 환자도 막상 검사를 하다가 시술을 하게되면 준중환자실로 옮겨 환자를 봐야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심장내과는 다른 병동에 비해 같은 병동 내에서도 환자들의 이동이 많다. 그래서 출근을 해서 그날의 입원이 몇명이고 시술 및 전동의 가능성이 있는 환자들을 미리 파악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심장내과 병동으로 발령난지 얼마 안됬을 때의 일이다. 이날따라 스터디도 많았고 예상치 못한 전실도 많았었다. 그래서 급하게 자리를 이동시키고, 있던 환자를 옮기고 하면서 이미 내 머릿 속은 뒤죽박죽이 되어있었지만 애써 멘탈을 부여잡으며 침착하게 하나씩 해결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오전에 회진이 끝나고 수두룩하게 나있는 추가처방들을 해결하고 있는데, 한 환자의 보호자가 협진을 본 과에서 왜 환자를 보고가지 않느냐고 컴플레인을 했다. 그 환자는 심장질환이 있어 심장내과로 입원을 했고 입원 중 혈뇨가 관찰되어 소변줄을 통해 생리식염수로 방광을 세척하는 처치를 받고 있었다. 그러면서 비뇨의학과 협진을 보게되었는데, 비뇨의학과 교수님이 보호자가 자리를 비운 틈에 환자를 보고가서 보호자는 교수님이 환자를 직접 보지 않았는데 어떻게 환자에게 처방과 처치를 지시할 수 있는지 화가 나있던 것이다.


보호자에게 교수님이 환자를 직접보고 처방을 내린 것임을 여러번 설명하였으나 보호자는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니 믿을 수 없다고 하며 CCTV를 보고 싶다고 까지 말했다. 바쁜 와중에 30분마다 간호사실로 나와 컴플레인을 하는 보호자를 연신 달래는 업무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도 각종 시술을 마치고 돌아오는 환자들도 있어 필요한 처치들을 하느라 내 몸은 여기저기 계속 쏘다니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게 바쁘게 오전을 보내고 있는데 아침부터 컴플레인을 했었던 보호자가 돌연 퇴원을 하겠다며 계속 간호사를 요청하고 있었다. 그래서 담당의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퇴원을 하니마니 하고 있었는데, 감염관리실로 부터 전화가 왔다. 다인실에 있던 한 환자가 격리해야하는 균이 나와서 독실로 옮겨야하고 같이 병실을 쓰던 다른 환자들도 검사를 진행해야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날 너무 바쁜 나머지 밥도 못먹고 화장실도 한번도 못간채 이리저리 쏘다니며 글썽거리는 눈물을 닦아가며 일하고 일을 한 뒤에야 겨우 근무를 마칠 수 있었다.


간호사는 이렇게 다음 번 교대근무자가 올때까지 8시간동안 화장실도 못가고, 밥을 편하게 먹을 시간도 없이 바쁜 전쟁터를 치룬다. 이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누구보다 빠른 다리’이다. 그래서 나는 한번씩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내 다리를 보면 참 고생 많다고 두 다리가 멀쩡해서 참 감사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오늘 하루 열심히 고생했을 자신의 두 발과 다리에게 감사함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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