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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영 Jun 17. 2021

"너는.... 구구??"

'구구'로 탕을 만들어야 했을까?



한 달여 후, 아이가 퇴원을 하고 난 뒤 일상은 다짐이라도 한 듯 조금씩 변화되어 가고 있었다. 사실 다짐은 나 혼자 한 것이다. 나에게 있는 ’ 폭력의 내면화‘를 인정했고, ’ 내가 어떤 부모인가 ‘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노력을 해 가고 있었다.     


퇴원 후 아이는 학교생활 대신 ’ 야생에서 살아남기 놀이‘를 시작했다. 아파트 단지를 옆에 끼고 공원으로 조성된 하천이 있었는데, 거기서 아이는 ’ 통발‘을 매달고, ’ 뜰채‘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하루 종일 물고기를 잡고, 공원 잔디밭에 들어가 벌레와 곤충을 잡았다.

심지어 하천에서 잡은 매미 수십 마리를 집 앞에서 풀어주는 바람에 온 동네가 갑작스러운 매미 떼 소음으로 소동이 난적도 있었다.      




다짐한 마음과 다르게 나의 ’ 상황‘과 ’ 대응‘은 하루아침에 달라지지 않았다.  잡아 온 물고기를 보고 ’와~~ 멋있네 ‘라고 입은 말하면서도, 나의 표정은 ’이 걸 키울 수도 없고, 놔두면 죽을 텐데....‘라고 쓰여 있었나 보다. 아이는 매번 자신이 잡은 것을 요리 해 먹자고 나를 졸라댔지만, 예전만큼 엄마를 힘으로 이겨보려 하지는 않았다.



아이는 하천으로 놀러를 가고, 나는 ’ 뽀드득‘ 소리가 좋은, 집안일 중에 으뜸인 ’ 설거지‘에 몰입한 오후였다.

     


“띠리릭”문이 열렸다.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상담실에서 알려 준 것처럼, 매 순간 예민하게 과잉대응하지 말라는 말을 되새김질하면서, 하 던 설거지에 몰입해 있었다.     

“퍼더덕”소리가 났다,


’또 아들이 매미를 잡아 왔구나 ‘ 생각했다. 오늘은 무슨 일로 ’ 고집‘을 부릴까 불안감이 올라오는 것을 느끼며 “응~~ OO이 왔어?”라고 말하며, 눈은 설거지 국그릇에 가 있고, 입만 아이를 반겼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돈 줘” 도 아니고 “OO 사 내!”도 아닌 “엄마 물 끓여!”였다.

순간 “구구구~”소리에 뒤를 돌아보고는, 내 두눈을 의심했다.

아이가 ‘퍼드득 거리는 비둘기’를 잡아 온 것이었다.     






‘김병만’ 이 대통령보다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아들은‘ 정글의 법칙’에서 김병만이 야생조류를 잡은 것처럼, 비둘기를 잡아 온 것이다!!!!


 ‘퍼더덕’ 거리는 비둘기의 날개짓을 리듬 삼아 깃털이 ‘갈지자(之)' 모양으로 사방팔방에 떨어졌는데, 마치 카메라가 슬로 모션을 잡은 것처럼 천천히 깃털이 날리고 있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그 옆에서 오른쪽 손을 허리에 짚고 짝다리를 한 아이의 모습이었다. 


 아이는 칭찬받을 모든 준비를 끝낸 표정으로 “엄마 빨리 물 끓여!!! 비둘기 고기 해 먹자”라고 하였다.

거실은 그야말로 ‘비둘기의 퍼덕거림’과 ‘물 끓여 내라는 아이의 퍼덕거림’으로 온통 난리가 났다.           


초등학교 4학년 아이에게 잡혀 온 비둘기는 어딘가 아파 보였는데, ‘날갯짓’은 요란하였지만, 실상 날아다니진 못하였다. 베란다 문을 열고도 도망치지 못하는 비둘기는 ‘닭’처럼 여기저기 ‘퍼드득’ 거리면서 거실과 주방을 뛰어다닐 뿐이었다.     


 “그거 갖다 버려!!” 소리 지르며 아이에게 화를 냈다.

나는 고무장갑을 끼고는 ‘닭 같은 비둘기’를 손으로 안고 현관문을 나섰다. ‘날지 못하는 녀석’을 베란다 밖으로 던질 수는 없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했는데, 정작' 비둘기 입장'만 생각했지, 비둘기를 내다 버리는 모습을 보고 있는 아이 입장은 고려하지 못했다.



한바탕 소동은 집안 ‘락스 청소’로 이어졌다. 청소할 동안 내도록 우는 아이에게 ‘외 먹지 못하는가’를 먼저 설명 해 주지 않은 것도 모자라  “퍼드득”화부터 냈다.


 “학교는????....(안 가고)”,“비둘기에게 기생충이!!!.....(얼마나 많은데)”하면서 말끝이 기생충 기어가듯 꿈지럭 대며 기어들어갔다. 그냥 “네 마음 먼저 들어주지 못하고, 엄마가 갖다 버리라고 해서 미안하다.”라고 했으면 되었을 텐데. 괜히 ‘학교’와 ‘기생충’ 타령을 하면서 11살 아이에게 엄마부터 이해해 달라는 말을 했다.    



 ‘의연하게 대응’하자고 마음먹었지만, 막상 상황에 다다르면, 나의 다짐은 온데간데 없어지곤 했다.  청소를 마치고 시뻘겋게 울어재끼는  아이에게 ‘야생의 조류와 도시의 비둘기’의 차이를 이야기해주고, 우리가 병에 걸릴 수 있는 ‘기생충’ 이야기를 담은 과학도서를 읽어주었다.     





내일 다시 '김병만'으로'빙의' 하여 있을 잠든 아이에게 나는 처음으로 “엄마가 미안해”라고 말을 꺼내 보았다.               



ps. OO아, 그날 밤 엄마는, 그 비둘기를 삶아 먹었어야 했나?를 생각했단다.

   그래도, 위생적으로 검증된 고기를 먹는 게 낮지??          


힐링의 시간에는 그림을 그리고, 캘리그래피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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