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ltitasking, All-round Play
어느 만큼,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
Multitasking은 컴퓨터 용어로써 다중작업 즉,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컴퓨터로 노래를 들으면서, 인터넷 검색을 하고, 문서 작성하는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다. 반면에 All-round Play는 스포츠에 주로 사용되는 용어로써 축구를 예로 들면 공격과 수비 기술을 다 갖추어서 어느 포지션이든 소화할 수 있는 플레이를 말한다. 이러한 뜻을 가진 Multitasking과 All-round Play라는 말을 우리는 조직 생활중에 자주 접한다. 실제 Multitasking과 All-round Play가 가능하고,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는 게 우리에게 필요한가?
부모와 자녀 간에 의견 차이가 여전히 좁혀지지 않는 것이 공부하는 방식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하는 게 공부가 더 잘 돼요'라고 말하는 자녀에게 '음악을 들으면서 어떻게 공부가 된다고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라고 하면서 동의하기가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지만 더 강하게 주장하지는 못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Multitasking이 가능한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걸으면서 주변을 볼 수 있고, 음악도 들으면서 또 대화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집중도에서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뉴욕타임스 기자인 매트 릭텔은 2009년 '운전 중 한눈팔기의 위험성'이라는 연작 기사에서 운전 중 가벼운 통화라고 할지라도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에 대하여 밝혔다. 운전 중의 통화는 나의 집중력을 40%나 저하시키고 이는 음주운전과 맞먹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집중의 정도가 낮게 요구되는 수준의 공부라면 음악을 들으면서도 가능하겠으나, 집중의 정도가 높은 수준으로 요구되는 공부를 음악을 들으면서 하는 것은 성과를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조직 생활중에도 비슷한 경우를 볼 수 있다.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펼쳐 놓고 하는 경우다. 물론 처리해야 할 일이 한꺼번에 몰려서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런 사람은 늘 그런 경우가 많다. 그런 것이 습관화되어 있다. '나는 Multitasking 하고 있어'하는 말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그렇게 수행되는 일의 성과도 질적인 수준도 높지 않다. 다시 손봐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냐하면 한 가지 일에 집중되는 집중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일을 처리 함에 있어서 Multitasking은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내가 수행해야 하는 일이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고, 집중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없다. 일이 여러 개가 한꺼번에 몰렸을 경우 일을 처리해야 할 순서를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안의 시급함에 따라서 순서를 정하고 하나씩 하나씩 집중해서 처리해 나가는 것이 결국은 일의 완성도를 높이고, 성과를 내는 길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가변운 소설은 읽을 수 있지만, 깊은 사고를 요구하는 철학책은 읽기 어려운 것을 떠올리면 Multitasking의 집중력 분산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조직 장으로부터 All-round Play가 가능한 사람이 되기를 종종 듣는다. All-round Play가 물론 영역을 넘어서서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면 경영지원 관련한 일을 하는 사람이 S/W 개발자 역할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조직 장으로부터 듣는 All-round Play를 한다는 것은 축구를 예로 들면 공격수도 되고 수비수 역할도 할 수 있는 선수 또, 야구를 예로 들면 내야수도 하고 외야수도 하고 심지어 투수도 가능한 선수가 되는 것이다. All-round Play는 조직에서 얼마나 필요할까? 이 필요성은 조직 규모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다. 조직 규모가 작은 곳은 조직 규모가 큰 곳에서 비해서 한 사람이 해야 할 일의 가짓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All-round Play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면, 조직 규모가 큰 곳에서는 내부적으로 조직이 기능별로 분화돼 전문화되어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전문화된 기능 중 하나에 속할 것이다. 이런 경우 All-round Player가 되는 것보다는 나의 전문성을 계속 확보해 나가는 것이 좋은 선택이다.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개발부서에서 일하다가 영업 마케팅으로 옮기고 다시 경영 지원 스탭 부서로 계속 일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 나름 All-round Play를 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되지만 성공하기 쉽지는 않다. Generalist보다는 Specialist가 조직 내에서 더 역할을 할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달이 지식의 평준화를 가져온 상황에서 Generalist의 소요는 그리 크지 않다. Specialist가 훨씬 창의적인 발상도 가능할 수 있고, 혁신도 할 수 있고, 현재 개선도 할 수 있다. 조직에 기여도가 훨씬 크다. 다만, Specialist로서 전문 분야에 집중하더라도 주변에 대한 경계(Sensing)는 늦추지 말아야 한다. 세상의 변화를 주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Multitasking, All-round Play 누구나 가능하고, 누구나 할 수 있다. 나의 집중력을 어느 만큼 써서 집중할 것인가? 나의 집중력을 어디에 집중하는데 쓸 것인가의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