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차원에서 그리고, 조직생활을 하는 우리에게도 디테일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다.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요소이다. 디테일은 기업의 성공을 좌우하는, 나의 조직 생활의 성공을 좌우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셔츠 앞주머니에 들어가게끔 디자인됐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분석하는 애플의 아이팟, 의류 업체인 폴로가 인치당 바느질 수를 7에서 8로 늘리면서 품질 확보를 통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 TV라는 레거시(Legacy) 제품에서 혁신을 만들어 가는 베젤리스(Vezelless) TV라든가 이런 것들이 모두 디테일의 힘에서 나오는 것이다. 최근 국내의 모 건설사는 신규 아파트 분양 시 수십 년간 86Cm로 고정되어 있던 주방의 높이를 89Cm로 조정하기로 했다. 신체조건의 변화와 남성들도 주방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생활 방식 변화를 감안한 조치이다. 이러한 모든 것들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받는 고객들을 위해 디테일을 감안하는 것이다. 이 디테일이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환경에서 승패를 결정짓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조셉 렌줄리(Joseph Renzulli) 박사는 연구를 통해서 아이큐 120까지는 아이큐와 창의성이 상관관계가 높지만 아이큐가 120을 넘으면 아이큐는 창의성과는 상관관계가 낮거나, 없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는 우리 조직 생활을 통해서도 같은 결과를 찾아낼 수 있으니 상당히 믿을만하다고 생각한다. 신규 아파트를 분양할 때 주방의 높이를 3Cm 올리기로 한 것은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의 분석을 통해서 도출된 것이다. 데이터가 없었다고 한다면 주방의 높이를 3Cm 올리는 결론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여기서 데이터는 아이큐가 된다고 볼 수 있고, 주방의 높이를 3Cm 올리는 것은 창의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데이터를 축적하고 그것을 세밀하게 분석하는 디테일은 차별적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이다. 다만, 게임의 룰이 바뀌는 환경에서는 다른 창의성이 요구되는데, 오히려 이때는 기존에 기업의, 나의 경쟁력이었던 디테일이 창의성 발현에 방해 요소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함정(陷穽)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디테일이 강한 사람은 대체로 일을 빈틈없이 처리하는 사람으로 조직에서 인정받는다. 남들이 잘 파악하지 못하는 부분을 파악한다. 그것을 통해서 남들이 고려하지 못하는 부분까지도 대비하고, 준비한다. 이러한 사람은 조직의 큰 장점이고 능력이다. 이러한 사람의 디테일을 통해서 제품과 서비스의 혁신이 가능하고,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또한, 업무를 추진하는 방식도 꼼꼼하기 때문에 실수가 별로 없고, 추가로 손댈만한 일이 별로 없다. 그렇기 때문에 디테일이 강한 이러한 점은 조직에서 승진을 해서 리더의 위치로 올라가도 장점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장점이 아니라 조직을 이끄는데 방해가 되는 단점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 이러한 함정(陷穽)에 또한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조직에서 간부로 승진하거나 임원으로 승진한 다음 오히려 실무자였을 때만큼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 결과 조직에서의 평가가 좋지 못하게 되고, 조기에 조직을 떠나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왜 그럴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디테일에 대한 이해를 잘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무자였을 때 디테일에 강했고, 이를 통해서 승진을 했기 때문에 승진한 다음에도 계속 그 디테일을 유지하려고 한다. 디테일을 유지한다는 명분 하에 팀원들의 일 진행 상황을 계속 세세하게 모니터링하게 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팀원들의 일을 방해하는 꼴이 된다. 본인이 승진하기 전 실무자였을 때는 디테일을 꼼꼼하게 챙기는 것과 유사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실무자로서 모든 것을 하나하나 챙기고, 빠뜨리는 것 없이 챙겨야 했기 때문이다. 디테일의 본질은 꼼꼼한 것을 기반으로 한다고 볼 수 있지만 간과할 수 있는 것을 놓치지 않는 것, 변화를 빨리 감지하는 것, 워닝(Warning)이 있을 때 즉시 알아차리는 것 등이다.
간부로, 임원으로 승진한 다음에는 간과할 수 있는 것을 놓치지 않는 것, 변화를 빨리 감지하는 것, 워닝을 즉시 알아차리는 것 등에 대응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실무자가 알고 있는 내용을 내가 똑같이 알고자 했으니 실무자는 실무자대로 일이 중복되고 불필요한 일이 발생하게 된다. 또, 이런 경우는 권한 이양(Empowerment) 마저 전혀 안 되는 상황이 수반되기 때문에 본인은 본인대로 너무 바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조직 성과 창출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하면서도 말이다. 디테일의 함정(陷穽)에 빠져서 주변을 볼 수가 없게 된 연유이다.
디테일은 힘을 가지고 있다. 디테일이 강하지 못하면 기업이 살아남을 수 없다. 이는 개인도 마찬가지이다. 디테일이 강하지 못한 개인은 내 분야에서의 강점을 갖기가 힘들고, 경쟁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데이터를 기반으로 디테일 갖춘다면 기업이든, 개인이든 누구와 경쟁하더라도 충분히 겨룰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힘을 가진 디테일은 우리가 스스로 갇히는 함정이 되기도 한다. 이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피하고,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