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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연두 Sep 27. 2024

생일에는 미역국을 먹지 않습니다

꺄아앗!! 드디어 디데이 30일이야!!


생일 한 달 전부터 아이들은 들떠있다. 기분의 상태가 다르다.

그 기간 내내 그렇다.

생일선물로 어디서 뭘 사고, 뭘 먹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게 그리도 고민할 일인가?!!! 

흠.... 내가 생각했을 땐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본인은 심각하다.

때로는 이러쿵저러쿵 상의를 하기도 하는데, 이때의 의사결정권은 생일주인공이 가지고 있다.

막강한 권력으로 자신의 생일에 무엇을 할지 정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할 수가 없다.


"그래!!! 그날은 너의 생일이니 뭐든 허락하마"


그렇다고 대단한 걸 하는 것도 아니다.

대개는 소소한 외식과 장난감 구매다.

그래 그 정도는 하고 살자..

일 년 중 하루뿐인! 자신을 위한 날!!


그렇게 생일 당일저녁 외식메뉴가 정해진다.

심. 사. 숙. 고. 끝. 에.


맛있게 외식을 하고 갖고 싶은 선물을 손에 든 그날은 세상의 주인공이 된다.

그렇게 생일날이 지나간다.


보통은 생일이면 으레 '미역국 먹었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궁금해진다.

왜 그런 말을 하게 된 걸까? 


아기를 낳고 미역국을 먹는 건 당사자가 아닌 엄마들이 아닌가? 

근데 왜 당사자에게 물어보는 거지? 

"생일에 미역국 끓여드렸어??"가 맞지 않나? 

낳느라 온몸이 부서지는 고통을 감내한 엄마에게 말이다.


탄생은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탄생에 따른 엄마의 고통과 아픔과 희생은  글로 적을 수 없을 만큼 크다. 

고마움과 감사함을 느끼기는커녕 미역국타령에 선물타령이라니...

이런 마음을 느끼려면 이 정도 나이는 돼야 하는 건가?

"옛다. 내 아들로, 딸로 태어나주어서 고맙다. 선물이나 받아라!"



바쁜 아침에 미역국까지 끓이는 건 무리다.

미역을 불리고, 볶고, 끓이는데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간다.

1분도 급한 아침시간에 국이라니!

그래서 생일아침이어도 미역국은 패스한다.


끓여서 맛있게 한 그릇 뚝딱 먹는다면 모르지만.. 

아침엔 국은 No!!  입도 대지 않는다.

언제나 생일의 미역국은 패스다.

저녁은 외식이다. 그렇게 미역국은 스리슬쩍 넘어간다. 

언제부턴가 암묵적으로...

그렇게 미역국을 패스해버렸다.


오히려 마땅한 국거리가 없을 때 미역국이 좋다. 생일과 전혀 거리가 먼 수많은 날들에.

부드럽고 자극적이지 않다.

그냥 아무것도 넣지 않고 순수하게 미역만 듬뿍 넣기도 한다.

거기에 국간장, 소금, 마늘로 간을 하고 노란 국물이 되도록 끓여낸다.

쪼금 여유가 있을 때 소고기를 넣는다. 역시 뭐든 고기가 들어가면 더 잘 먹는다.

그렇게 미역국을 먹는다.


아이를 낳아본 엄마라면 다들 미역국에 한 번쯤은 질린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나 모유수유를 했던 엄마라면...

아이에게 수유를 잘하기 위해 뭐든 먹어야 했던 시절..

내가 사람인지, 소인지.. 헷갈리던 그 시절을 세 번이나 겪었다.

돌아보면 다시는 못할 것 같은 그때..

미역국은 국그릇 한 그릇이 아닌 냉면그릇으로 한 사발씩 먹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렇게 두어 달을 먹고 나면 미역국만 봐도 싫어진다.

글을 쓰다 보니 떠오르는 옛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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