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영진 Jan 11. 2019

# 발트해 연안국들의 가 볼 만한 숲

핀란드-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니다, 쿠로니아 모래톱, 리투아니아




본격적인 소개에 앞서 긴히 당부드릴 바가 있다. 인간의 발길이 닿으면 자연은 망가진다는 사실을 깊이 되새겨주었으면 한다. 그렇다고 방문을 자제할 수만도 없겠으나 어떤 마음, 어떤 태도로 방문하느냐에 따라 자연의 보존 상태는 달라질 것이다. 자기 회복이나 치유 혹은 자연 탐구나 영감 채취 등을 목적으로 한다면 좋을 것 같다. 아래의 가볼 만한 숲 목록에는 <I am a forest> 프로젝트에 참여한 인간 숲 친구들의 추천 장소도 포함시켰다.



핀란드_Finland

핀란드는 숲과 호수의 나라로 불린다. 호수의 개수는 약 18만 8천 개, 삼림의 면적은 70%에 육박한다. 주말이면 자연을 찾아 나서는 핀란드인들에게 숲과 호수는 일상 공간이나 마찬가지다. 그만큼 숲과 호수에 대한 자부심도 크다. 핀란드가 수력, 풍력, 바이오 등의 재생 에너지 시설대신 원전을 늘리는 이유도 숲 보호를 위해서다. 철저하고 치밀한 정책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핀란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숲 보호 정책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레포베시 국립공원(Repovesi National Park)

레포베시 국립공원은 헬싱키에서 비교적 가까운 위치에 자리한 곳이다. 200km가량 떨어져 있으며 차로는 3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과거에는 상업을 위한 임지였던 레포베시는 현재 깨끗한 국립공원으로 변모한 상태다. 숲을 형성하고 있는 주요 수종은 소나무와 자작나무이며, 그중 소나무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가장 오래된 소나무의 수령은 200년 이상이다. 숲과 호수의 나라답게 파란 빛깔로 일렁이는 호수와 연못 등도 공원의 내부에 자리한다. 등산객에게 인기 있는 곳은 올하반부오리 언덕(Olhavanvuori hill)이다. 유럽에서 가장 크기가 작은 유라시아 피그미 올빼미를 비롯해 검은 딱따구리, 시베리아 날다람쥐 등의 동물들이 서식한다.


지미 카야(1st)의 추천: Nuuksio National Park

눅시오 국립공원은 지미가 자신이 아는 핀란드의 숲 중 최고로 꼽은 곳이다. 헬싱키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곳으로 55 km2의 넓은 면적을 자랑한다. 1994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래 매년 십만 명 이상이 방문하고 있다. 정해진 구역에서 하이킹, 스킹, 카누잉, 낚시 등의 레저 활동을 할 수 있다. 하이킹 애호가들을 위해 1.5km부터 20km 이상까지 다양한 하이킹 코스가 마련돼 있다. 따로 숲을 찾아갈 여유가 없는 여행자들은 헬싱키의 시내에서도 얼마든지 숲을 즐길 수 있다. 발길을 따라 도심을 걷는 동안 수준 높게 관리된 숲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Nuuksio National Park 홈페이지:
http://www.nationalparks.fi/nuuksionp



에스토니아_Estonia

가장 높은 지대가 해발 300m에 불과한 에스토니아에서는 산을 만나 보기가 쉽지 않다. 가장 높은 곳조차 산이라기보다 언덕에 가깝다. 에스토니아인들도 같은 의견을 전한다. 그럼에도 에스토니아에는 숲이 넘쳐난다. 산림을 대신해 평지림이 전 국토를 빼곡히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숲에 대한 국민들의 커다란 자부심을 어디에서든 경험할 수 있는 곳이 에스토니아다.


라헤마 국립공원(Lahemaa National Park)

면적이 725 km2에 달하는 에스토니아 최대의 국립공원으로 수도인 탈린에서 약 80km 거리에 위치해 있다. 1971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소비에트 연방 최초의 국립공원이라는 영예를 얻었다. 부지가 워낙 넓어 여러 방향에서 접근할 수 있는데 여행자가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 중 하나는 국립공원 내에 자리한 카스무(Kasmu)라는 마을이다. 탈린 중앙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면 1시간 10분정도가 소요된다. 숲 지대의 내부와 발트해의 해변로를 골고루 통과하는 숲길, 마을과 관련된 역사 자료를 전시한 해양 박물관 등이 주요 볼거리다. 예쁜 목재 가옥들이 여유로운 간격으로 서 있는 마을 풍경도 아름답다.


@ 라헤마 국립공원 탐방기

https://brunch.co.kr/@youngjincha/9


르마시(12th)의 추천: Setumaa 일대의 숲 지대

르마시의 설명에 따르면 에스토니아에서  숲을 가려서 추천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숲마다 특징이 다른 데다가 모두 근사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다양한 식생이 섞인 숲, 늪지의 형태를 띠는 숲, 토양이 흙으로 이루어진 숲, 모래를 토양으로 한 숲, 커다란 소나무가 빼곡한 숲 등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고심 끝에 르마시가 선택한 곳은 세투마(Setumaa) 일대의 숲이다. 환경이 온화하고 차분하며 나무 사이로 햇살이 풍부하게 스며든다는 설명이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화사하게 빛나는 숲을 만날 수 있다. 그 일대의 마을(혹은 타운)인 폴바(Polva), 브루(Voru), 오비니차(Obinitsa), 바르스카(Varska) 등을 통해서도 접근할 수 있다. 여행자들에게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는 곳이니 현지인을 대동하거나 사전 정보를 충분히 수집한 후 방문하길 권한다.



라트비아_Latvia

라트비아 역시 평탄한 저지가 국토의 주를 이룬다. 동유럽 평원의 일부인 라트비아에서 경험할 수 있는 산의 형태는 낮은 구릉이 거의 대부분이다. 해발 312m 높이의 최고봉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높이의 기복이 없는 평지다. 다른 발트해 연안국들과 마찬가지로 라트비아도 울창한 숲을 잔뜩 품고 있다. 국토의 2/3 이상이 삼림, 목초지, 습지로 덮여 있다. 주요 수종은 소나무, 자작나무 등이다.


가우야 국립공원(Gauja National Park)

가우야 국립공원의 관문 도시는 시굴다(Sigulda)다. 라트비아의 수도인 리가에서 열차로 1시간 20분 정도가 소요된다. 시굴다 중세성, 성 피터 교회 등의 볼거리가 있으나 가장 압도적인 체험 공간은 역시 숲이다. 라트비아인들이 가우야 국립공원을 자국의 스위스로 여기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도보 트레일이나 자전거 트레일을 이용해 대자연의 품 속으로 깊이 파고드는 기회를 놓치지 말길 바란다. 가우야강(Gauja River) 일대는 물놀이를 즐기기에도 좋다. 차로 50분 거리에 있는 근교의 소읍 체시스(Cesis)에서는 호젓한 마을 풍경과 함께 멋진 고성을 만날 수 있다.


@ 시굴다 탐방기

https://brunch.co.kr/@youngjincha/15


야니스(19th)의 추천: Tervete 일대의 숲 지대

야니스 역시 숲 체험을 하기 좋은 장소로 시굴다를 추천했다. 방문할 때마다 자신을 놀라게 하는 곳이라며 단풍놀이를 하기에 최적의 여행지로 시굴다를 꼽았다. 그러나 야니스의 첫 번째 추천 장소는 따로 있다. 수도인 리가에서 차로 1시간 30분이 소요되는 테르베테(Tervete) 일대의 숲이다. 어린 시절 할머니를 따라 방문해 다양한 식물과 버섯을 구경한 순간을 유년의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야니스는 테르베테를 추천한 이유로 숲의 밀도를 꼽았다. 라트비아의 숲 중 나무의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라는 전언이다. 촘촘한 나무들 사이를 거닐며 산소를 원 없이 호흡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리투아니아_Lithuania

북쪽 방향에서부터 아래로 이어지는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를 합쳐 발틱 3국이라고 부른다. 발틱 3국 중 국토의 면적이 가장 넓은 리투아니아의 삼림 지대 면적은 30% 정도로, 3국 중에서는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해양성 기후와 대륙성 기후의 교차 덕분에 온화한 기후 형태를 보이지만 원자력발전소, 화학공장, 정유공장 등이 배출하는 화학물로 인해 숲이 산성비로 오염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물론 다른 발트해 연안국들과 마찬가지로 리투아니아에서도 풍요로운 자연을 만날 수 있다.


쿠로니아 모래톱(Curonian Spit)

리투아니아와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주에 걸쳐져 있는 약 100km 길이의 모래톱으로, 2000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유산으로 선정되었다. 전체 면적 중 리투아니아에 52km가, 칼리닌그라드주에 46km가 속해 있다. ‘모래톱’이라는 낱말 때문에 사구의 풍경만을 상상할 수 있으나 오고 가는 전 구간에서 근사한 숲의 정취를 누릴 수 있다. 쿠로니아 모래톱을 구경하기 위해 여행자들이 베이스캠프로 선택하는 도시는 리투아니아 서부의 해안 도시 클라이페다(Klaipeda)다. 보통 숙소를 클라이페다에 잡고 당일 일정으로 모래톱 구간의 가장 안쪽에 자리한 국경 마을 니다(Nida)까지 다녀온다. 버스는 유오드크란테(Juodkrante) 등의 작은 마을들을 지난다. 모든 마을이 아름다우니 중간에 내려 둘러보는 것도 좋다. 니다에 도착하면 쿠로니아 모래톱의 가장 유명한 볼거리인 사구 외에 숲 지대도 체험하도록 하자. 러시아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에서도 현지인들은 자국 구간의 쿠로니아 모래톱을 그 일대의 가장 훌륭한 볼거리로 꼽는다.


팔랑가 보태니컬 가든(Palanga Botanical Garden) 

쿠로니아 모래톱 여행의 거점 도시인 클라이페다에서 30km 거리에 자리한 해변 도시 팔랑가(Palanga)에도 가 볼 만한 숲이 자리한다. 현지인들이 바다 여행을 위해 자주 찾는 팔랑가지만 도시형 공원인 팔랑가 보태니컬 가든 역시 훌륭한 체험 공간으로 기능한다. 공원의 규모는 약 100헥타르. 250여 종의 수입 식물과 370여 종의 원생 식물이 공원 곳곳에서 자란다. 장미 정원, 온실, 원형 홀, 분수대, 연못 등이 함께 어우러지는 팔랑가 보태니컬 가든에서 한낮의 여유를 누려보길 바란다. 공원은 해안선을 따라 길게 펼쳐진다. 걸음을 옆으로 옮기면 발틱해의 서정적인 풍광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13. 변방으로의 탈주_칼리닌그라드, 러시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