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교시였다. 수업이 다 끝나고 집까지 걸어오면 오후 4시 15분. 어깨에 간신히 매달린 가방만큼 시간에게 질질 끌려간 하루였다. 현관문 번호키를 누르고, 무거운 책가방을 벗어 내리고, 이불 속에 몸을 쏙 넣었다. 시원하게 서걱거리던 이불이 내 체온에 따뜻하게 말랑해졌다.
‘엄마 냄새....’
이불에서 엄마 냄새가 났다. 내 머리카락을 넘겨주고, 내 어깨를 토닥이던 냄새... 나는 천천히 깊게 숨을 쉬었다. 코 끝에서 폐, 손가락 발가락 끝까지 편안해지도록. 피곤을 푸는 나만의 방법이었다. 엄마 이불 속에서 엄마 냄새를 맡으며 누워있는 것.
사실 이 이불은 엄마가 쓰던 것도, 엄마가 만들어준 것도 아니었다. 어느 날 내가 찾아낸 것이었다. 정확히는 엄마가 집을 떠난 지 17일이 되던 날, 장롱 속에서. 초록 숲에 하얀 나무들이 그려져 있는, 처음 보는 이불이었다.
'할머니가 사놓으셨나?'
내가 좋아하는 색깔도 아니고 무늬도 아니었지만, 그 이불을 꺼내 덮은 건 이불에서 나는 엄마 냄새 때문이었다. 엄마가 쓰던 화장품 향일까? 비누 향일까? 헛헛하던 마음이 따뜻하게 채워지는 냄새였다. 그날 이후, '엄마 이불'과 '엄마 냄새'는 나의 아늑한 휴식처가 되었다. 지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