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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뜨때로 Aug 25. 2023

(2) 수저 놓기

 “구름아~” 

이불 바깥에서 나를 부르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된장찌개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할머니는 아빠가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 꼭 저녁 준비를 하셨는데, 요리가 끝나갈 무렵이면 꼭 나를 불러 식탁 닦기와 수저 놓기를 시키셨다.  으.. 자는 척 하자. 나는 머리끝까지 이불을 쏙 올렸다.


“구름아~ 구름아~”

내가 대답하지 않자, 할머니는 내 방으로 들어와 이불을 싹 걷었다.

“지금 자면 못 써. 밤에 잠 안 와야. 식탁 닦고 수저 놓아라잉?”


나는 하는 수 없이 나와 식탁 위에 있던 물티슈를 한 장 툭 뽑았다.

“할머니, 나 이제 곧 중학생이니까 공부해야 하잖아요. 그때 식탁 닦는 거 안 해도 돼요? “

“뭔 소리 다냐? 밥 먹을 사람은 자기 밥값을 하는 거여!”

"아.. 농담이에요."

으.. 역시 할머니는 만만치 않다. 


말끔히 닦인 식탁에 숟가락 세 개, 젓가락 여섯 개.


“다 했어요. 할머니, 저 더 누워있을게요~.”

“어디 가냐? 이제 아빠 곧 오시는디?”

“조금만 누워 있다가 먹을게요.”

 오늘은 엄마 냄새가 더 필요하다.

.

.

.

.

.

.

.

잠시 잠들었나? 주변이 조용했다. 된장찌개 냄새 대신 느껴지는 상쾌한 바람.

이상한 느낌에 눈을 떴다. 엥?

.

.

.

.

'여기 어디야??'

숲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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