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아~”
이불 바깥에서 나를 부르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된장찌개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할머니는 아빠가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 꼭 저녁 준비를 하셨는데, 요리가 끝나갈 무렵이면 꼭 나를 불러 식탁 닦기와 수저 놓기를 시키셨다. 으.. 자는 척 하자. 나는 머리끝까지 이불을 쏙 올렸다.
“구름아~ 구름아~”
내가 대답하지 않자, 할머니는 내 방으로 들어와 이불을 싹 걷었다.
“지금 자면 못 써. 밤에 잠 안 와야. 식탁 닦고 수저 놓아라잉?”
나는 하는 수 없이 나와 식탁 위에 있던 물티슈를 한 장 툭 뽑았다.
“할머니, 나 이제 곧 중학생이니까 공부해야 하잖아요. 그때 식탁 닦는 거 안 해도 돼요? “
“뭔 소리 다냐? 밥 먹을 사람은 자기 밥값을 하는 거여!”
"아.. 농담이에요."
으.. 역시 할머니는 만만치 않다.
말끔히 닦인 식탁에 숟가락 세 개, 젓가락 여섯 개.
“다 했어요. 할머니, 저 더 누워있을게요~.”
“어디 가냐? 이제 아빠 곧 오시는디?”
“조금만 누워 있다가 먹을게요.”
오늘은 엄마 냄새가 더 필요하다.
.
.
.
.
.
.
.
잠시 잠들었나? 주변이 조용했다. 된장찌개 냄새 대신 느껴지는 상쾌한 바람.
이상한 느낌에 눈을 떴다. 엥?
.
.
.
.
'여기 어디야??'
숲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