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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뜨때로 Aug 25. 2023

(5) 정상으로 가는 길

이 숲은 솜사탕 나무뿐이었다. 나무들의 모양이 미세하게 바뀌긴 했지만, 온통 솜사탕 나무라는 건 변함이 없었다. 나는 길을 잃지 않으려고 눈을 산 정상에 고정시키고 집중해서 걸었다. 큰 솜사탕, 작은 솜사탕, 먼지 같은 솜사탕, 꽃 같은 솜사탕, 흩어지는 솜사탕, 깃털처럼 날아가는 솜사탕.. 이 속을 걷고 있으니 풀풀 날아다니는 솜사탕들이 내 머리카락에, 어깨에, 옷소매에 내려앉았다. 솜사탕들은 또 다른 솜사탕들을 부르고 또 불렀다. 그러다 정신을 차려보니 난 솜옷을 입은 것처럼 솜사탕을 두르고 있었다. 푹신푹신하고 보들보들했다. 하지만..


얘네들이 계속해서 몸에 달라붙는 건 얼마나 귀찮은 일인지!

"에.... 에취!"

둥둥 떠다니면서 코도 간지럽히고, 

"앗!"

속눈썹에 걸려 눈에도 들어갔다.

그리고 들러붙은 솜들은 점점 무거워졌다. 어휴...


'정상까지 걸어가려면 아직 많이 남았는데..'

'솜이불은 누워있을 때나 좋지, 나는 지금 저길 올라가야 한다고!'


슬슬 짜증이 올라왔다. 솜이불 아니, 솜사탕을 손가락으로 걷어 버렸다. 발에 걸린 솜사탕을 툭 치고, 가벼운 몸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한 겹 쌓이면 벗고, 또 한 겹 쌓이면 벗었다. 


세 번째 솜사탕을 벗었을 때, 뒤를 돌아보았다. 벗어놓은 솜사탕 뭉치들이 마치 버려둔 솜이불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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