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뒤로 빽빽이 들어찬 나무들을 보면, 여기는 숲이 분명했다.
그리고 이건 엄마 냄새..?
"끠."
'무슨 소리지?'
고개를 돌려보니 나무 밑 구석에 조그만 새가 있었다. 새끼 오리? 폭신폭신해 보이는 회색 털, 까만 눈, 먹빛 부리 그리고 뒤뚱뒤뚱 걸어오는 물갈퀴. 물갈퀴는 내 쪽으로 저벅저벅 걸어왔다.
나는 무릎을 굽혀 오리를 안아 올렸다. 오리의 보송보송한 털이 내 손을 간지럽혔다.
"너 엄마 두고 어딜 다녀?”
"끠."
"집은 어디야?"
"끠."
"자식. 모르는구나?"
엄마도 잃고 길도 잃은 이 오리가 꼭 내 신세 같네. 그나저나 여기는 어디야?
“내 이럴 줄 알았다~.”
오리를 안고 일어서려는데, 어디선가 할머니 목소리가 들렸다. 이 근처인데? 나는 벌떡 일어나 소리가 나는 곳으로 뛰었다.
"밤에 또 잠 못 들고 그러면 몸 상하는디 큰일 났네."
하지만 사람 대신 조그마한 연못이 있을 뿐이었다.
"된장찌개 덜어놔야 겄는디."
나는 연못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애비 왔냐?"
오리를 내려놓고 바닥에 엎드렸다. 두 손으로 단단하게 연못 바위를 붙잡고, 고개를 쭉 빼서 연못 속을 들여다보았다.
연못은 마치 텔레비전 화면처럼 잠깐 흐려지더니 우리 집을 비추고, 내 방을 보여줬다. 그곳엔 이불을 머리끝까지 쓰고 자고 있는 나, 그런 나에게 손을 얹은 채로 침대에 앉아있는 할머니, 그리고 이제 막 집에 도착한 아빠가 있었다.
"엄마, 구름이는 자게 내버려 두고 우리 먼저 먹을까?"
"그랴, 옷 갈아입고 오너라."
아빠와 할머니는 자고 있는 내가 깰세라 가만히 방문을 닫았다. 그리고 방문 너머에서 젓가락이 그릇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말소리는 없었다. 아마도 날 재우느라 조용히 먹는가 보다. 에이, 그냥 나 깨우고 편하게 먹지. 날 신경 쓰는 아빠와 할머니를 보니 마음이.. 울렁인다.
그때, 어디선가 작은 솜뭉치가 날아와 연못 위에 떨어지더니 스르륵 녹아내렸다. 나는 고개를 들어 나무들을 보았다. 나무들은 잎 대신 솜을 들고 있었다. 마치 솜사탕나무처럼.
'저기에서 솜이 떨어져 내린 거구나.'
꼬르륵... 배고프다...
"저거 먹을 수 있을까?"
"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