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까운 솜을 따서 입에 쏙 넣었다. 입으로 들어온 솜이 사르르 녹아 달콤했다. 가장 낮게 뻗은 나뭇가지를 꺾었다. 내 얼굴만 한 솜이 달려 있는 나뭇가지였다.
사르르. 쩝.
음.. 이거 오랜만에 먹는 맛이다. 계속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 쌀밥 뻥튀기.
쌀밥 뻥튀기는 엄마가 좋아했다. 시장에서 내 덩치만 한 봉지에 담긴 뻥튀기를 사 와 소파 옆에 세워두곤 했다. 우리 가족은 그 뻥튀기 비닐 속에 빈 밥그릇을 하나씩 넣고, 그걸 바가지처럼 잡아 뻥튀기를 푹푹 퍼먹었다. 텔레비전 먹을 때 한 그릇씩 비우다 보면 그 많은 뻥튀기는 금방 없어졌다. 하지만 엄마가 떠난 후 할머니가 우리 집 살림을 맡게 되자, 뻥튀기 봉지가 서있던 자리엔 뻥튀기 대신 할머니가 키우던 큰 고무나무 화분이 들어오게 됐다. 사카린이 나쁘다나 뭐라나.
줄줄이 대여섯개 솜사탕을 먹으니 쌀밥을 먹은 것처럼 속이 든든했다. 배가 부르면 용감한 마음도 생기나 보다. 여기를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아까 봤던 아빠와 할머니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런데.. 어떻게 나가지? 휴대폰도 없고, 지도도 없는데...'
그때 가까워 보이는 산 꼭대기가 시야에 들어왔다.
'저기에 올라가 볼까?'
정상에 오르면 여기가 어디인지 단박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여기는 솜사탕 나무도, 텔레비전처럼 보이는 연못도, 모두 이상한 것들 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