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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래 Apr 12. 2020

그리시니

로즈메리 숲에서

번째 빵.

 그리시니 빵이라, 사실 이 빵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다. 40cm 정도의 길쭉한 빼빼로 같은 빵이었다.

 검색을 해보니 Bread stick이라 설명이 나오는데 정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명확한 대답이어서 웃음이 나왔다. 반죽을 하고 동글동글 말아서 길쭉하게 늘리기를 반복하였다. 식빵에 비해서 작은 덩어리로 여러 개를 나누어 총 40개를 만들어 내야 하는 손이 많이 가는 빵이었다. 실습과정이기에 10개씩 만들기를 하였지만.

 숙성된 반죽이 자꾸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려 수축하는 바람에 처음에는 10~15cm로 늘려 놓고 차례로 40cm로 늘리기를 반복하였다. 일정한 길이, 일괄적인 두께로 만들어 내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하지만 만들기에 자신 있는 나는 천천히 반죽을 밀어 팬에 나란히 줄 세우기를 해내었다. 선생님께서도 나에게 따봉을 주셨다! 호호호.(집에 돌아와 따봉을 받았다고 동생에게 자랑하니, 천사점토를 가지고 놀던 실력이 여기서 발휘된다며 우리집 막내 영진이가 말하였다.)

 아참, 그리시니에는 로즈메리가 20g 정도 들어간다. 처음 레시피에 로즈메리가 쓰여있는 것을 보고 우리 집 화분에서 자라고 있는 로즈메리를 떠올리고 이걸 어떻게 넣는다는 거지? 생각하였다. 로즈메리는 친절하게도 건조되어 판매되고 있었다. 이렇게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니. 몰라도 너무 몰랐다.

 길쭉길쭉 일제히 구워 나온 그리시니를 처음 시식해 보았다. 맛은 식빵 러스크 느낌. 바삭바삭하면서 로즈메리 향이 감도는 게 너무 좋았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제과제빵을 먼저 배운 나의 친구에게 오늘 배운 빵이라며 사진을 보내주니 바로 정말 맛없는 빵이라며 제일 싫어하는 빵이라고 하였다. 나만 좋아하는 건가?

 10개의 그리시니를 가방에 넣고 혹시라도 집에 오는 길에 부서지진 않을까 조심조심 걸어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커피를 내리고 다시 천천히 오늘의 빵 그리시니를 곁들였다. 흐음 로즈메리 향이 이 빵을 완성하는 것 같아. 할머니께서도 좋아하실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할머니께서도 좋아하였다! 정확하게는 할머니는 누룽지맛이 난다며 좋아하셨다. 엄마도 이 빵을 좋아하였다. 영진이는 그리 좋아하지 않았고 셋째 동생 영주는 크림치즈와 딸기잼을 듬뿍 발라 먹었다. 아무래도 호불호가 조금 갈리는가 보다.

길쭉한 그리시니로 만든 울타리와 로즈메리 숲, 그 속에서의 피크닉

 그리시니를 챙겨 들고 로즈메리 숲으로의 피크닉을 가는 건 어떨까. 나는 극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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